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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군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 軍의 폐쇄성이 낳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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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상관들, 조직적 은폐 시도 정황
공군본부, '불성실' 국선변호인 방치
피해자에 열린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성폭력사건 총장 직보제도 도입 필요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3월 2일, 피해자 이 모 중사, 회식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상관 장 모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함

▲3월 3일, 상부에 성폭력 사건 신고
▲3월 4일, 이 중사, 60일간 청원휴가에 들어감. 상부 지시로 소속 부대 관사에 머무름. 소속 부대인 제20전투비행단 단장 사건 보고 받음
▲3월 17일, 20비 군사경찰, 사건 발생 15일 만에 가해자 장 중사 조사. 장 중사는 20비에서 제5전투비행단으로 파견 이동
▲4월 14일,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사건 발생 43일 만에 성추행 사건 보고 받음
▲5월 18일, 사건 발생 77일 만에 피해자 이 중사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
▲5월 22일, 사건 발생 81일 만에 피해자 사망한 채 발견. 서욱 국방부 장관‧이성용 전 총장, '단순 사망사건'으로 보고 받음
▲5월 25일, 이성용 전 총장, 사망사건이 성추행 관련 사건임을 인지, 서욱 장관에 유선으로 보고
▲5월 31일, 사건 첫 언론 보도. 20비 군검찰, 사건 발생 90일 만에 가해자 장 중사 조사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6월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2021.06.07 pangbin@newspim.com

공군 여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 관련 주요 일지다. 일지를 보면 공군참모총장이 사건을 보고받는 데는 한 달 이상 걸렸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 장 중사가 소속 부대 군사경찰 조사를 받는 데는 15일, 군사검찰 조사를 받는 데는 무려 90일이나 걸렸다(사건 발생일 기준).

일련의 상황은 '군의 폐쇄성'이 초래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병사들에게 휴대전화가 쥐어진 뒤로 군의 폐쇄성이 조금 덜해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는 군 내부와 외부 간 폐쇄성의 완화일 뿐, 군 내부에서의 폐쇄성은 여전해 보인다.

피해자 이 중사는 사건 발생 이후 81일간 상관, 부대 내 성 고충 상담관, 국선 변호인 등 군의 여러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살려 달라'는 강력하고도 간절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지속적인 은폐 시도 혹은 무관심, 무성의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군의 폐쇄성이 사건을 키운 것이다.

가해자 장 중사는 총장과 장관이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을 보고받은 지 7일 만, 언론 보도 이틀 만인 지난 2일 구속됐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인데, '이제라도 조치가 취해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이제와서?'라는 감정과 함께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부대 상관들이 쉬쉬하면서 사건을 적당히 무마하려고 하지 않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해서 군사경찰‧검찰이 제때 가해자를 조사했다면, 공군본부 법무실이 불성실한 국선변호인(군 법무관)을 제때 교체하고 민간 변호사 선임을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비극적인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국방부는 최근 "공군 부사관 성추행 및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내 성폭력 피해사건을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점검하기 위해 3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을 정하고 신고를 접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군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군의 폐쇄성을 의식해 신고 자체를 포기한다. '신고해 봤자 윗선에서 적당히 무마할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을 백 번 운영한들 무용지물이다.

부디 군이 폐쇄성을 지우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열려 있는 조직으로 바뀌길 바란다. 이를 위해 성폭력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상관에게 신고했다면 적어도 각 군 본부 총장에게는 사건이 즉각 보고될 수 있도록 매뉴얼화하는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총장은 성폭력 피해 사건 처리 경과를 직접 챙겨주길 바란다. 그것이 제2, 제3의 이 중사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하는 첫 걸음이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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