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파 순손실 확대…MBK 매각의지도 불투명
"매각 성공해도 성장여력 한계 전망"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실폭이 확대되면서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업계는 침체된 시장 상황과 더불어 네파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매각 타이밍 찾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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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7.14 shj1004@newspim.com |
◆ 네파 순손실 확대…MBK 매각의지도 불투명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파는 지난해 1168억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인 –9억원 보다 무려 129%나 확대된 수치다. 2018년 111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2019년 1년 만에 적자 전환한 이후 적자 폭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803억원, 영업이익은 6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4%, 76% 감소했다.
네파는 2013년까지만 해도 매출 4704억원, 영업이익 1192억원을 기록하는 등 10~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급상승하며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블랙야크와 함께 '빅5'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 환경 악화와 주요 업체간 경쟁 강화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네파는 2005년 평안엘앤씨가 이탈리아에서 인수한 뒤 사업을 키워왔으며 지난해 6월 인적분할을 통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이후 MBK파트너스가 2013년 1조원 가량을 투자해 네파 지분 94.2%를 사들였다. MBK파트너스는 이 가운데 절반인 5000억원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MBK파트너스는 2·3호 펀드에서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아웃도어 열풍이 한풀 꺾이면서 네파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자 MBK파트너스의 엑시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네파는 MBK파트너스의 2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유일하게 엑시트 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가 네파의 엑시트에 성공한다면 2008년 결성한 2호 펀드의 청산이 가능하다.
MBK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돼 산업선도적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최대 PEF 전문운용사 중 하나로 과거 자회사였던 환경가전렌탈사업(코웨이), 금융업(오렌지라이프) 등 엑시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다만 MBK파트너스의 네파 매각 의지도 불투명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MBK는 기업을 인수한 이후 통상 5년에서 10년간 경영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여 다시 내다파는 형식으로 진행한다"며 "현재 네파 인수 9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2018년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몸값 올리기가 쉽지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황 역시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어 당분간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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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사진=네파] 2021.07.14 shj1004@newspim.com |
◆ "매각 성공해도 성장여력 한계 전망"
업계에서도 네파의 매각은 내년까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아웃도어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타격을 입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정통 아웃도어 시장에서의 내수 수요가 부진했다.연말에 가까워지며 점차 회복 기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이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구책으로 네파는 MZ세대를 위한 유틸리티 아웃도어 라인 'C-TR 3.0'을 론칭하며 불황에도 소비의 끈을 이어가는 2030 세대로 고객층 외연을 확대하면서 성장 부진 탈피를 노리고 있다. 네파가 C-TR 3.0의 기획에 있어 주목한 것은 '아웃도어'에 입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젊은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순탄치만은 않다. 아웃도어 시장 내 브랜드 간 경쟁도 심화되면서 삼성물산이나 LF 등 대기업도 지난 5년간 관련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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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7.14 = (2020년 말 기준)(자료:금융감독원) shj1004@newspim.com |
무엇보다 아웃도어를 포함한 국내 패션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은 M&A 시장에서 줄곧 외면받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꽤 높은 이랜드의 여성복 사업부 역시 올 초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 경기 불황과 전반적인 영캐주얼 패션 시장의 침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의 타격 등을 매각 불발의 결정적인 이유다.
네파 역시 새 주인을 만나 브랜드 육성에 집중한다해도 성장 여력이 여전히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우후죽순 난립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웃도어 패션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패션 브랜드는 아웃도어 사업을 접는 가운데 네파 역시 당분간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네파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각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전했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