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탈과 무관…주가 영향 없을 것"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될 수도 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이 관심을 받고 있다. 총수 부재 우려가 해소되면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별다른 영향을 주진 못 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 3분기 이후 경기 둔화 우려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른바 '7만전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를 타면서 2020년 6월 말 5만2800원(종가 기준)에서 12월 말 8만1000원까지 53.4% 올랐다. 이후로도 상승세는 이어졌고 올해 1월 11일 9만1000원을 기록하며 '9만전자'로 이름을 바꿔 단다. 하지만 9만1000원을 고점으로 하락 반전, '8만전자'를 거쳐 '7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이날 현재 7만9300원이다. 이틀 전에는 7만8500원까지 떨어지며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일구 사진기자] |
이 같은 상황에서 그룹 총수 이 부회장의 복귀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추세 반전은 여전히 요원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 연구원은 "(기업) 펀더멘탈과는 관련 없다. 삼성 같이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에선 더욱 그렇다"면서 "하루이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주가에 그리 영향을 줄 만한 재료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8월 15일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깜짝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이 부회장의 복귀가 주가에 호재가 될 거란) 기대를 할 수는 있겠으나, 주가에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런 이슈와는 별개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이 업황 둔화 우려에 따른 것인 만큼, 주가 상승은 결국 그 같은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는 시점에서야 가능할 전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분기 실적이 잘 나온 이후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은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피크 아웃(peak out)' 우려가 반영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하반기 이후 실적이 지금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큰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가격이 3분기까지는 괜찮아 보이는데 4분기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꽤 남아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단기적으로 보면 경기가 2분기나 3분기가 고점일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같은 경기 민감주들이 실적 면에서 그런 우려들을 반영하고 있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