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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그라피티 골목'을 아십니까?

기사입력 : 2021년08월06일 17:18

최종수정 : 2021년08월10일 09:04

'쥴리 벽화'로 돌아본 서울의 그라피티 문화 현 주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그라피티 명소들 사라져가는 중
신촌과 압구정 겨우 명맥만 유지, 성수동 'BTS 골목' 새롭게 떠올라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몰래 그라피티를 그리는 행위를 '부밍'(Bombing)이라고 한다. 폭탄을 떨어뜨린다는 말 그대로, 그라피티 행위자는 벽에 재빨리 그림을 그리고 사라져야 한다. 그라피티는 필연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와 같은 숙명을 지닌다. 톰(생쥐)은 도망치고 제리(고양이)는 뒤쫓는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며 도망가는 톰과 이를 뒤쫓는 제리. 그라피티 예술가는 '톰과 제리'의 숙명을 갖고 있다. '압구리'에 있는 그라피티 일부.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그라피티(graffiti)는 건물 벽 등에 스크래치 기법이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분무기로 내뿜는 방법으로 그린 낙서같은 그림이나 문자를 뜻한다. '긁다, 긁어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비롯된 용어다.

현대적 의미의 그라피티는 1960년대 후반기,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젊은 흑인들이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를 중심으로 건물 벽이나 지하철 차량 등에 스프레이와 페인트로 그린 구호와 그림에서 출발한다. 이후 흑인 특유의 즉흥적인 면과 직접적인 접촉을 중시하는 힙합 문화와 결합했다.

지금은 이미 전설이 되어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고, 작품들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키스 해링(Keith Haring, 1958-1990)이나 장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1960-1988)도 그라피티를 그리는 거리의 예술가로 작품을 시작해 명성을 얻었다.

키스 해링은 80년대 뉴욕 거리의 벽면과 지하철 플랫폼에 그려진 세련되고 노련하며 즉흥적인 그라피티에서 자극을 받았다. 그는 어느날 문득 지하철의 텅 빈 검은 벽을 본 순간 영감이 떠올랐고, 하얀 분필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다. 물론 공공기물 훼손 혐의로 뉴욕 경찰에 잡혀갔으나 그는 이를 멈추지 않았다. 이 낯설지만 기묘한 매력이 있는 낙서그림은 사람들을 깨웠고 도시 전체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작가 윌리엄 S. 버로스는 키스 해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키스는 뉴욕 지하철 시스템의 전체 중 일부나 다름없다. 해바라기를 보며 반 고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뉴욕의 지하철을 이용하며 키스 해링을 떠올리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은 진실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자신의 그라피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생전의 키스 해링. 32살의 나이에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명했다.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바스키아 역시 1980년대 당시 브레이크 댄스, 펑크족의 출현, 레게, 힙합 등의 흑인 문화 영향을 받아 그라피티를 그리기 시작했다. 바스키아는 슬럼가에 사는 10대들이 그린 낙서에 담긴 특유의 반항 의식을 예술로 만들었다. 이후 바스키아의 천재성을 알아본 앤디 워홀이 자신의 스튜디오인 '팩토리(factory'에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고 지원을 해주면서, 바스키아는 곧 전에 없던 독창적 작품세계로 뉴욕 미술계를 휩쓸었다. 

전국적인 화제를 몰고왔던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외벽의 '쥴리 벽화'가 논란 끝에 지워졌다. 서점 측은 8월 2일 오후에 문제가 된 벽화를 흰 페인트로 모두 덮어버렸다. 이 벽화는 '쥴리의 남자들'' 등의 문구가 적힌 그림과 여성의 얼굴 옆에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 쓰였던 그림이다. 서점 대표 여모 씨는 "벽화를 두고 너무 시끄러워져 직원들이 힘들어했다"고 벽화를 지운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쥴리 벽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 앞에서 한 40대 여성이 '쥴리의 범죄를 밝혀라' 라고 쓰인 쥴리 벽화와 비슷한 종이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그는 "국민의 권리를 표현하러 나왔다"며 "쥴리가 범죄자라고 생각하며 정체가 궁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쥴리 벽화는 2021년 풍속도의 한 정점을 찍는 상징이 됐다.

사실 '쥴리 벽화'는 예술적 차원에서 보자면 그라피티가 아니라 그냥 전단지, 프로퍼갠더에 가까웠다. 언뜻 보자면 옛날 극장의 상영영화 간판에 가까웠던 수준의 그림인데, 그 정치적 함의가 폭발적이어서 일약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당사자라고 지목된 사람이 "나는 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쥴리 벽화' 를 두고 벌어졌던 온갖 난장판 실랑이는 이 나라 3류정치의 본모습을 그대로 축약해 놓은 듯했다.

아무튼 '쥴리 벽화' 논란은 한동안 잊혔던 서울의 그라피티 문화를 뒤돌아보게 해주었다. 홍대 앞을 중심으로 그 태동기는 있었으나, 뉴욕이나 런던에 비교하자면 미처 성숙하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서울의 그라피티 문화. 과연 서울의 그라피티는 존속이나 하고 있는 걸까?

서울에서 그라피티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홍대앞과 신촌 굴다리, 그리고 속칭 '압구리'라 불리는 압구정동 굴다리 세 곳이었다.  

압구리는 그라피티의 성지다. 그라피티 마니아들은 압구리를 그라피티의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으로 여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한강 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토끼굴 같은 지하보도는 서울의 그라피티 아트를 낳은 모태와 같은 곳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압구정 토끼굴, 속칭 '압구리' 입구의 그라피티.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압구리의 역사는 2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말부터 이곳에서 활동한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은 주민들의 민원과 구청의 단속으로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불법적 행위에 대한 단속으로 통제된 구역을 그라피티 명소로 만들어낸 것은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모여든 이들의 열정 덕택이었다. 그리하여 강남구청은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 그라피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발휘해 일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했다. 

그러나 이같은 '관제 포용성'은 오히려 그라피티 아트 특유의 제도와 관습에 대한 저항성을 약화시킨 결과로 작용한 듯 보인다. 압구리에서 볼 수 있는 그라피티는 사회에 대한 풍자와 익살, 해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그런 개인 감정의 토로에 머물러 있다. 런던의 뱅크시(Banksy)를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로로 발돋움하게 해주었던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주제의식, 그러면서도 예술적인 그림들은 눈에 뜨이지 않고 그냥 낙서 수준이다.

이는 신촌 굴다리도 마찬가지다. 국철 신촌역에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쪽으로 이어진 지하보도는 신촌굴다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그라피티의 순례지로 떠올랐으나, 지금은 그저 그런 그라피티의 진열장에 머물러 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들 특유의 순발력이 발휘되어 그 어느 곳의 공공미술 벽화작품보다도 신선한 시각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으나 아직은 이에 못미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신촌 굴다리 입구의 그라피티.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신촌 굴다리에서 하나 눈에 뜨이는 것은 천정에 길게 쓰인 글씨다. 처음엔 읽기가 매우 힘들어서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한참 들여다보니 글귀가 겨우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자유는 한 곳에 머물 수 없으니 잘 마련된 무대는 새장과 같다. 좁은 터널을 벗어나 넓은 도시로 날아가!"라고 쓰여 있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신촌 굴다리의 그라피티. 천정에 '자유는 한 곳에 머물 수 없으니 잘 마련된 무대는 새장과 같다. 좁은 터널을 벗어나 넓은 도시로 날아가!'라고 쓰여 있다.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그러나 현실은 그라피티가 좁은 새장을 벗어나 넓은 도시로 날아가기 힘들다. 그라피티가 생존하려면 기본적으로 오래된 구 도심의 낡은 벽들이 있어야 한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재개발, 빨리빨리 허물고 새로 짓기가 진행되는 '토건 마피아'의 도시다. 미처 그라피티 아트가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

홍대앞의 그라피티는 그래서 사라졌다. 홍대앞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음악, 출판, 디자인, 미술과 식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특한 실험과 시도가 일어난 독특한 '문화 팩토리'였다. 1990년대 중반 자생적으로 생겨난 인디음악신과 2000년대 클럽, 2010년대 독립출판과 소규모 책방 붐 그리고 2012년부터 시작된 공유공간 플랫폼과 그 실험 등 새로운 문화적·사회적 활동은 거의 언제나 홍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홍대앞의 역사성, 홍대앞에서 벌어진 개인 혹은 공공의 실험, 그리고 상업 혹은 비상업적 공간과 활동을 망라한 콘텐츠들을 12년째 기록해오고 있는 <스트리트 H>의 정지연 편집장은 "홍대앞에서 그나마 그라피티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등장했던 건 2010년대였다. 그러나 홍대앞 특유의 실험성이 점점 사라지고 유흥문화 중심지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그라피티도 거의 사라졌다. 골목길 사이사이에 조금씩 보이기는 하는데, 그라피티라고 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시인 김수영의 사진과 시집 제목 '시여 침을 뱉어라'를 묘사한 홍대앞 그라피티.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냥 외국인 좀 많이 돌아다니는 소박한 주택가에서 일약 힙스터(큰 흐름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좆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핫한 곳으로 바뀌었다가 너무 치솟은 임대료 때문에 몰락, 스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여버린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그라피티 문화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낙후된 구 도심에 그라피티를 포함한 예술적 향취가 도입되면서 사람이 모이면, 기존의 원주민을 대체하는 투기성 자본이 유입돼 특유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홍대앞도 대표적인 곳이다. 현재 아주 약간의 그라피티가 남아 있는 곳은 삼거리별밤 빌딩의 앞뒤를 가로지르는 내부 벽과 그 주변 일대다. 이는 건물주인이 영업을 위해 전문 아티스트들에게 의뢰해 그려넣은 '상업적 그라피티'다.

뉴욕의 경우도 그렇다.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에 아티스트들이 정착하면서 '힙한' 동네로 떠올랐고 땅값이 상승하자,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예술가들이 부시윅(Bushwick)으로 물려들었다. 그 덕분에 부시윅은 '그라피티 성지'로 명성을 얻었고 전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힙스터들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들은 '문화적 노마드'다. 그라피티 예술가들도 그렇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새로운 목축지, 혹은 화전 경작지를 찾아 이동한다.

그러면 서울에서 이들 노마드가 새롭게 찾은 스팟은 어디일까. 바로 성수동이다. 홍대앞 상수동이 아니라, 성동구 서울숲 근처의 성수동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그라피티는 바로 이곳에 있다. 여기에는 2019년 아시아 그라피티대회 월로즈(Wall Lords) 우승, '블랙핑크'의 <Kill This Love> 뮤직비디오 그라피티 작업을 한 위제트(WEZT)가 그린 방탄소년단 정국의 그림이 있다. 그래서 'BTS 골목' '성수동 정국 그라피티 골목'이라 불린다. 정국의 그림은 올해 3월에 그려진 그림이다. 위제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멤버를 모두 그릴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음 그림은 누가될지 궁금하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새로운 그라피티 명소로 떠오른 성수동골목 BTS 정국의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소녀들.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현재 그라피티는 K팝과 결합한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성수동 BTS 골목, 방탄소년단 정국의 모습.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그러나 성수동 그라피티는 다분히 상업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라피티라고 해서 반드시 저항적이고 풍자적일 필요는 없지만, K팝의 최강자 방탄소년단을 내세운 그라피티는 좀 낯설다. 어쩌면 K팝과 그라피티 문화가 결합한 K-그라피티가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그라피티 작업을 하는 '집밖뱀선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30여 명의 전문적인 그라피티 예술가들이 있다고 한다. 그라피티를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은 지중해의 따가운 햇볕만큼이나 뜨거울 것이다. 그런 열정이 없다면 새벽에 나가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는 중노동은 하지 못한다. 그런 열정이 보다 섬세하고, 예술적인 지향점을 찾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는 선진국이다. 뱅크시같은 그라피티 예술가 한 명 못 나올리 없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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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83만원...청약 어디에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적대적 M&A(인수합병)는 기본적으로 '공격자'에게 불리한 게임이다.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방어자'는 총력전이다. 물불 가릴 게 없다. 반면 공격자는 계산기를 계속 두드린다. 수익성을 수시로 체크하며 게임을 진행한다. 공격자 입장에서 볼 때 돈을 벌지 못하는 M&A는 의미가 없다. ◆ 적대적 M&A는 기본적으로 방어자에 유리 방어자 '고려아연' 경영진과 공격자 '영풍∙MBK파트너스'의 싸움은 초기에 공격자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기습공격을 당한 방어자는 자금력 부족으로 사면초가였다. 특히 회심의 자사주 매입 전략이 공격자의 가처분 신청으로 무산될 상황에 처하면서 엄청난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법원이 공격자의 자사주 매입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대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또 베인캐피털 등 경영권 방어에 자금을 대 줄 백기사를 구하는 데도 성공했다. 법원 판결 이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공개매수가격을 MBK파트너스의 75만원보다 무려 8만원이나 높은 83만원으로 상향했다. 또 단 1주라도 매수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공시했다. 이 2개의 강력한 승부수로 수세에 몰렸던 게임의 흐름이 변했다. 고려아연 자사주 매수수량은 최대 18%에 달한다. 이 공개매수 대금으로 '고려아연'이 2조6634억원, '트로이카 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베인 캐피털)'가 4259억원을 준비했다. 합치면 3조893억원이다. 이에 기세 등등했던 공격자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이는 공격자인 MBK의 목표가 통상적인 감사 선임 싸움을 통한 주가부양 수준을 뛰어 넘어 훨씬 난이도가 높은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다. 글로벌 탑 수준의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자금력을 의심하는 시장관계자는 없다. 자금은 충분히 넉넉하다. 하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고려아연 경영진과 MBK파트너스와의 입장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02 mironj19@newspim.com ◆ 외국 국적의 적대적 M&A…한국서는 거부감 강해 MBK가 적대적 M&A를 시도한 이유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여론형성을 위해 기존 경영진의 부도덕성 등을 부각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횡령 수준의 범죄가 아니면 한국에서 경영진의 경영능력은 큰 문제가 안 된다. 또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는 관점과 목적에 따라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금융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사모펀드가 돈을 벌기 위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이다. 한국의 유교문화는 개인주의가 강한 다른 나라 사람들을 종종 당황스럽게 한다. 한국만의 이해할 수 없는 애국주의는 적대적 M&A 공격자들에게는 상당한 장벽이다. 일례로 21년 전인 2003년에 적대적 M&A 세력인 소버린이 SK를 공격한 적이 있었다. 이 당시 SK의 최대지분율은 14% 내외로 공격자인 소버린 지분율 14.99% 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2004년과 2005년 2번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소버린은 SK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대결을 했으나 경영권 장악에 실패했다. 놀랍게도 소버린은 단 1명의 이사도 이사회에 진출시키지 못했다. SK가 완승한 이유는 소액주주들이 애국심 때문에 SK에 표를 밀어준 영향이 컸다. 또 SK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 우호세력에 자사주 매각, 우호지분 확보, 소액주주 의결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힘겹게 경영권을 지켰다. 그 때보다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이런 한국의 특수한 애국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고려아연 주식 유통물량 중 상당수는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적대적M&A에 협력했다는 꼬리표를 다는 건 한국 특유의 정서상 앞으로의 금융 비즈니스에 유리하지 않다. 이 점은 고려아연 경영진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반면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궁극적으로 중국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은 한국 언론과 여론에 불리한 정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0월 4일인 오늘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개최해 고려아연이 자사 보유 기술에 대해 신청한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등의 안건 심의에 나서는 것도 MBK파트너스에는 부담이다.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판정될 경우에도 MBK파트너스의 M&A와 관련된 행정적 영향력은 낮다. 하지만 만약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한 이후에는 해외 매각 진행 시 한국 정부가 이를 법적으로 따져 볼 권리가 생겨 일종의 제약사항이 발생한다. 이는 MBK파트너스의 출구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MBK파트너스도 4일 오후에 공개매수가격을 고려아연과 동일하게 83만원으로 상향하고 최소매수수량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공개매수 기간도 10일 늘어난 10월 14일로 변경됐다. 83만원 이상으로 공개매수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하는 사모펀드의 속성상 어려움이 있다. 또 최소 매수주식수 144만주로 정한 공시를 삭제해 단 1주가 신청되더라도 매수하는 방침을 세운 것도 MBK파트너스에는 부담이다. 원래 최소 매수주식수를 정한 이유 자체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아예 전체 주식 매수를 포기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보험 전략이다. 그런데 최소 매수주식수 조항을 삭제해 버리면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꼴이다. 따라서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볼 수도 있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 고려아연 투자자 행복한 나날들…세금은 주의해야 치열한 경영권 다툼으로 촉각이 곤두선 고려아연 경영진과 MBK파트너스 경영진과 달리 고려아연 투자자들은 지금 행복한 비명이다. 경영권 분쟁 전 50만원 수준에 머물렀던 고려아연 주가는 현재 MBK의 공개매수가격인 75만원을 돌파했다. 또 거래량도 활발한 상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고려아연 경영진과 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투자자들도 주의할 사항이 있다. 일단 고려아연 유통주식의 상당 부분을 소유 중인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MBK의 공개매수 요청은 안정적이다. 또 공개 매수 가격도 83만원으로 인상돼 고려아연과 동일한 조건이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MBK의 요청에 응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일단 기관투자자는 어느쪽 공개매수에 응할지 행복한 고민이다. 그런데 가격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가 있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비즈니스와 관련된 고려아연과의 관계 유지 등이 걸림돌이다. 반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2차 가처분이 신청돼 있는 건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반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고려아연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따라서 어디가 더 높은 공개매수가격을 제시하느냐가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그런데 주의할 사항이 있다. 바로 세금이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과 달리 장외매매 주식이나 공개매수 주식은 별도의 거래세와 양도세를 낸다. 그런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세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먼저 한국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거래세는 0.18%로 낮다. 반면 장외매매나 공개매수를 통해 거래되는 주식의 거래세는 0.35%로 높은 편이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비과세다. 반면 장외거래나 공개매수를 통해 발생하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상당히 높다. 개인투자자가 장외매수나 공개매수를 통해 거래되는 주식은 양도차익이 3억 이하인 경우 22%, 양도차익이 3억 초과인 경우 27.5%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이것도 적지 않은 세금인 데 고려아연 방식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경우 세금이 훨씬 더 높다. 이 경우 양도차익이 250만원 이하인 경우는 비과세다. 문제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방식의 세율은 차익이 클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세금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참세무법인의 최왕규 세무사는 "이번 고려아연 자사주 매수는 소각 시 의제배당에 해당 돼 연 2000만원이 넘는 수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분류돼 고율의 누진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이런 경우 양도차익 1400만원 이하는 6.6%(지방세 포함, 이하 동일), 5000만원까지는 16.5%, 8800만원까지는 26.4%, 1억5000만원까지는 38.5%, 3억원까지는 41.8%, 5억원까지는 44%, 5억원 초과 시 46.2%, 10억원 초과 시 최대 49.5%라는 고율의 종합소득세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기관투자자의 양도차익 세율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고려아연 주주 중 상당 지분을 갖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경우 과세표준이 2억원 이하는 세율이 고작 9.9%(지방세 포함)에 불과하다. 200억원 이하까지는 20.9%에 불과하니 개인투자자와 달리 세율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작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개인투자자는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높은 세율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기관투자자의 경우 금액과 상관없이 세율이 낮은 편이므로 그 외 미래 영업의 유∙불리 등을 더 중요하게 따져보는 분위기다. ◆ '이벤트 드리븐' 차익거래는 늘 리스크 상존 방어자인 고려아연 경영진과 공격자인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이런 예기치 못한 이벤트를 추종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이벤트 드리븐' 전략이라 한다. 그런데 '이벤트 드리븐 전략'의 단점은 향후 시장 예측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점이다.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방어자인 고려아연 경영진의 철벽수비에 공격자인 '영풍∙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공격자가 과감하게 현재의 공개매수가격 83만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또 오늘 결론 날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가 고려아연의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안건을 어떻게 결론 내릴지도 변수다. 고려아연과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은 수 많은 변수들이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증시 밸류업 측면에서는 이런 적대적 M&A가 주가부양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제도를 탓하기 보다는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10월 4일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는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격인 75만원을 훌쩍 넘은 7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방어자인 고려아연 경영진에는 유리한 형국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주식에 투자할 때 누가 승리하느냐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향후 세금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잘 따져보는 것도 세후 수익률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longinus@newspim.com 2024-10-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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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는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를 최종 무혐의 처분한 가운데 남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처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검찰이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번에도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4일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이달 안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매듭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수사 절차가 끝나가는 상황인데다, 4년간 이어져온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더 지체하기에 부담감이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성남=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2024.10.01 mironj19@newspim.com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 7월 김 여사를 비공개 출장조사한 데 이어, 다른 '전주'들에 대한 조사도 사실상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이자 김 여사 어머니인 최은순 씨도 조사를 받았다. 또 검찰은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 역할을 한 손모 씨에게 '방조 혐의' 유죄가 선고된 항소심 판결문 분석도 마쳤다. 법조계는 김 여사가 직접 주가조작에 관여했거나 적어도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했다고 여길만한 증거나 진술이 부족해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이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인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손모 씨와 같은 '전주'로서 방조죄가 성립되려면, 돈을 빌려줄 때 그 돈이 주가조작을 위해 사용된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빌려줬느냐가 쟁점"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까지 관계자들 진술에서 김 여사가 관련됐다는 명확한 진술이 나온 것도 아니고,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지했다는 증거도 없는데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할 순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이미 4년을 끌어 온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도)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할 것이다. 아마 교육감 선거(10월 16일)가 있으니 선거 끝나고 바로 결론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항소심에서 손씨의 방조혐의가 유죄로 선고됨에 따라 김 여사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손씨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대통령실에선 이를 근거로 김 여사의 무죄를 주장했었지만 항소심 이후 유죄로 번복됨에 따라 상황이 바뀐 것 아닌가"라며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비공개 출장 조사로 한 번 이뤄졌는데 상대적으로 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제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2일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등 고발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 여사, 최재영 목사, 백은종 서울의 소리 대표,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 등 5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seo00@newspim.com 2024-10-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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