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6조원 순매도...반도체 투톱만 1.7조원 '팔자'
반도체·전자기기 등 하락...반도체 부정적 전망에 영향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코스피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매도세에 밀려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액만 1조 6000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이어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매도세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57포인트(-0.70%) 하락한 3220.62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0.53% 내린 데 이어 5거래일 연속 약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7.02포인트(0.21%) 오른 3,250.21로 반짝 오름세를 보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하락 전환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6121억 원, 1915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들이 내뱉은 물량은 개인이 1조7833억 원 순매수하며 코스피 지수 3200선을 지지한 모양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월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
업종별로 보면 게임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하락폭이 –3.59%로 가장 컸다. 고평가 지적을 받았던 크래프톤이 10% 가량 하락하며 업종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2.62%), 전자장비와 기기(-1.48%), 전자제품(-1.05%) 등도 하락 마감했다.
이날 반도체 업종의 하락은 하반기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며 외국인 투심을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순매도는 반도체, IT쪽으로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밤에 미국 시장에서 4분기에 D램 가격이 빠진다는 전망이 나왔고 마이크론 주가가 5% 이상 급락한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원달러 환율이 다시 반등하면서 1150원대를 회복했다"며 "(주식시장 전망이)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반도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까지 나오며 매도 규모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 규모만 1조492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액도 6737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총 1·2위 종목만 하루 새 1조 7000억 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업황 우려도 있고, 스마트폰 쪽에서 샤오미와 애플에 밀리며 위축되는 분위기인데 이런 이슈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부문장은 또 "오늘 정보통신과 반도체가 눈에 띄게 내려간 반면 바이오나 미국 인프라 투자로 인해 각광받는 철강주, 금리인상으로 주목 받는 금융주 등은 괜찮았다"며 "이날은 ICT로 인한 충격의 날이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들의 순매도를 단순 순환매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매도가 강했던 이유는 지난주에 많이 샀기 때문이고, 그 전 주에는 중국 규제로 이슈로 인한 매도가 있던 것처럼 순환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외국인들의 매도 포지션은 달러 강세 영향도 있을 것이다. 또 코로나 백신 접종률에 따라 선진국의 주식 퍼포먼스가 좋은 상황인데 국내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도 외국인 투자자를 떠나게 한 요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