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지지자들 긍정적 입장서 등 돌려
대권 도전 위해선 즉각 당헌 개정 작업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는 16일 국민의힘과 합당 여부를 결정하고 발표한다. 안 대표는 일주일 간 숙고의 시간을 거쳐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진다.
최근 양당 합당에 대해 긍정적이던 내부 기류가 많이 선회하면서 '불발'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졌다는 전언이 다수다. 합당이 불발되면 안 대표의 독자 노선 대권 도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16일 오후 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6.16 kilroy023@newspim.com |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기자와 통화에서 "안 대표가 어떤 결심을 할지 그 내용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현재로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 대표가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당원과 지지자의 70~80%가 '지금 합당을 하는 것이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도 "이전에는 양당 합당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 대부분이 돌아선 것 같다. 안 대표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과 관련해서 많은 분들의 다양한 견해를 들었다"며 "이번 주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결심이 서는 대로 국민과 당원 동지들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합당 시 외연 확장이 아닌 '기존 당원들이 더 떨어져 나갈 것'이란 당내 반발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간 갈등 등 야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이전과 같지 않은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결국 밖에서 외롭더라도 40%의 중도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제3정당으로의 노선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은희 원내대표, 이태규 사무총장 등 지도부도 안 대표가 독자적으로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양당 합당 불발이 공식화될 경우 국민의당은 즉각 당헌 개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당권·대권 분리 당헌을 폐기해야 안 대표가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B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원들의 뜻을 모았으나 이후에 국민의힘의 오만한 태도, 그리고 국민의당을 조롱하는 발언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국민의힘이 과연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통합을 공동 목표로 추구하는 정치 세력이냐, 그것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당원들이 했다"며 "현재 다수의 당원은 이에 대해서 반대하고 거부하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하기 전에 야권의 확장의 역할을 하겠다했는데 이준석 대표의 압박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을 했다"면서 "이제 야권을 확장하는 역할을 결국은 안철수가 해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렇다라면 대선 출마를 검토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는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시작됐으나 4개월 동안 교착 상태를 보였다. 결국 지난달 27일 권 원내대표가 실무협상단 협상 종료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합당은 결렬됐다. 이 대표가 안 대표에게 요구한 당 대표 간 담판 회동도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실무협상단 협상 종료의 원인은 양당이 당 재정과 사무처 인력 승계, 당원 승계, 당 기구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당명과 대선후보 선출 규정 등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16일 오후 국회에서 신임 인사차 만나 자리하고 있다. 2021.06.16 kilroy023@newspim.com |
그러나 실무협상 결렬 후 양측의 거친 발언이 '감정싸움'으로 격화됐고 이 대표를 겨냥한 철부지, 애송이, 전범 같은 단어까지 등장하며 혼탁양상이 전개됐다.
이 대표는 "두 달 (협상) 진행 와중에 저희도 결정을 못하는 게 참 많다"며 "당 대표가 되고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도 못하는 등 국민의당 배려 주장이 있었기 때문에 당무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명 변경과 플러스 통합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잘되는 음식점에 간판을 바꾸라는 게 얼마나 의아하냐. 지금까지 국민의힘 각인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데 기껏 없애고 새로 (당명을) 하자는 건 제가 봤을 때 협상을 하기 싫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합당 시한을 일방적으로, 그것도 자신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통보하는 모습에서 합당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며 "제1야당 진정성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볍고 포용성의 크기는 벼룩의 간만큼 작아 보이는 것은 국민의당 당원들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 대표는 "휴가 이후에는 안 대표를 뵈어도 버스 출발 전까지 제대로 된 합당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기 어렵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던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 9일~13일 휴가 기간을 갖고 경상북도 상주에서 개인택시 양수·양도 교육을 받았다.
국민의당은 당 대 당 통합을 강조했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흡수돼 사라지는 굴욕적인 상황에 점점 처하고 있다는 우려감을 비쳐왔다. 이 과정에서 권 원내대표가 "이럴 거면 안철수 대표만 데려가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 갈등이 '탄핵' 발언으로까지 번지며 내홍을 겪는 중이다. '친윤(친윤석열)' 중진 의원을 필두로 연일 세력이 결집하며 '지도부 패싱'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이 대표가 계파 싸움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단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