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캠프, 경선위 주관 설명회도 불참
원희룡 "당 민주화의 문제" 강한 반발
유승민 캠프·홍준표는 감싸기..."자중하라"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준비한 예비 주자 토론회가 당 대표 탄핵론을 넘어 '후보와 후보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유승민 캠프와 홍준표 의원이 경준위와 이준석 대표를 두둔하고 나선 반면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토론회를 놓고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되받았다.
경준위 토론회를 둘러싼 '월권 행위'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권 주자 간 '2대 2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한 김태호,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하태경, 황교안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2021.08.05 leehs@newspim.com |
경준위 출범 취지 중 하나는 외부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에 비해 인지도나 지지도가 낮은 당내 후보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해서 실행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준위의 토론회 개최를 둘러싼 반발과 함께 토론회가 취소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13일 원 전 지사는 "당 대표의 아이디어라고 밀어붙이는 독단에 대해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야권 지지율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일찍이 토론회 불참을 시사한 상태다. 윤석열 캠프는 이날 열린 경선위 주관 토론회 개최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원 전 지사는 "이준석 대표가 강행하려는 토론회를 놓고, 두 분 선배가 이준석 대표를 옹호하면서 윤 전 총장 공격하고 조롱하는 것 참으로 봐주기 어렵다"며 "현재 당내 상황이 단순히 토론회 참석 여부 때문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느냐. 이건 원칙의 문제이고 당 민주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토론회를 백번이라도 하고 싶고, 토론회를 통해 제 진면목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선 후보 선출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놓고 당 대표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갈등만 일으키는 것을 묵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준석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헌 당규에 따라 공정한 선거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당 구성원들의 의견을 두루 모아 최고위원회에서 경선 룰을 정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할 수 있도록 다른 경선 후보는 물론 정권교체를 바라는 모든 분들과 뜻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같은 날 윤석열 캠프 대외협력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준위가 직접 경선 자체의 일환인 토론회를 한다는 것이 일단 이해가 안 간다"며 "그런 문제의식 때문에 김재원 최고위원과 조수진 최고위원은 최고위 의결을 통해 직권으로 경준위 토론회 자체를 취소시키겠다고 아예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예비후보들의 발언을 듣고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한 김태호,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하태경, 황교안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2021.08.05 leehs@newspim.com |
뒤이어 같은 방송에 출연한 유승민 캠프 대변인인 김웅 의원은 "결국은 토론이 두렵다는 뜻"이라며 " 그렇게 두려우면 사실 대선에 나오는 것 자체가 조금 무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받아쳤다.
또 "앞으로 민주당에서 이낙연 후보나 이재명 후보 등이 쟁쟁한 분들과 토론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무섭다고 피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도 토론회 강행 논란에 대해 "자중하라"며 반발한 바 있다.
오 전 의원은 "경준위는 최고위로부터 '당헌·당규에 규정된 경선룰을 제외한 모든 일정과 내용'에 관해 전권을 위임받았다"면서 "이런 경준위의 결정을 김 최고위원이 무시하는 행태에 심심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도 "국민들이 보고 있다. 당 대표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경준위와 이 대표 감싸기에 나서기에 나섰다.
이날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꼭 하는 모양들이 2년 전 당 대표 선거를 할 때 당시 경선관리위원장이 하는 모습을 닮아 간다"며 "그때 황교안 대표를 옹립하기 위해 검증 절차도 생략하고 토론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심지어 투표 당일 당 유튜브 토론을 하는 것으로 당대표를 선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제대로 검증하고 당 대표를 선출 했었다면 국민적 지지도가 높았던 오세훈 후보가 당 대표가 됐을 것이고 막장 공천없이 용광로 공천으로 총선도 압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각 후보 진영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그 진영에서 열심히 하시고 특정 후보 진영 분들이 주동이 되어 무리 지어 당 대표를 공격하는 일이 없도록 자중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