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비중 올해 '20.2%→16.8%'로 축소
대형 우량주 중심 매도, 미국 주식은 1조 매수
"매도에 속도 내야 하는 상황...시장 충격 감안"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민연금이 올 하반기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국내주식 비중을 현재보다 3.4%p 더 줄여야 해 연말이 다가올수록 매도세도 강해질 전망이다. 그간 국민연금은 미국주식은 빠르게 사들이고 있으나 국내주식 물량은 좀처럼 처리하지 못하는 등 매도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국민연금의 매도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주식 보유현황(13F Listing)보고서를 통해 올 2분기 미국 주식을 8억4834만달러(한화 약 9970억원) 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2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주식의 평가액은 526억4200만달러(61조 8280억원)로 불어났다. 이는 올 1분기 말 478억400만달러(56조원)에서 10.1%나 늘어난 금액이다.
[사진=조명희 의원실] |
문제는 이 같은 미국주식 매수세 달리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에 대해서는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등 과감한 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올 2분기 기준 국내 주식을 3조1487억원 어치를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기금의 매도 물량이 많은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네이버, SK하이닉스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이 기간 삼성전자 2조 7830억원, 네이버 4213억원, SK하이닉스 3691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연금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올해 초부터 꾸준히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코스피, 코스닥 시장 순매수·순매도액 상위 20개 종목' 자료를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지난 1~2월에도 삼성전자를 3조 5255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주식 비중으로 낮춰야 하는 운용계획에 따른 것이어서 최소 올해 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지난 5월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은 20.2%로 올해 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인 16.8% 대비 3.4%포인트 높다. 이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21.2%)과 비교하면 1%포인트 감소한 수치지만 아직도 매도해야 할 물량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매도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차익 실현을 위해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매도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폭락을 겪은 후 빠르게 반등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중장기 계획안을 보면 오는 2026년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14.5%까지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매도에 적잖게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며 "다만 매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시장에 오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속도전을 벌이면서 꾸준히 매도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