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무죄와 손배책임은 달라"…당시 경찰관은 다툼 예고
피해자 "경찰도 잘못 인정·화해 요청했다면 받아들였을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벌어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진범을 불기소 처분했던 검사 측이 항소심 과정에서 범인으로 몰렸던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합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20-3부(김영훈 홍승구 홍지영 고법판사)는 25일 최모 씨와 가족들이 당시 경찰관 이모 씨와 검사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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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 측 대리인은 "1심 판결 직후부터 불과 며칠 전까지 원고들과 화해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원고 본인을 직접 만나 진지하게 사과했고 소송을 취하해 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씨 측 대리인은 "재심에서 무죄가 되긴 했지만 당시 기록을 객관적으로 검토했을 때 최 씨는 모친과 싸우고 들어갈 곳이 없어 허위자백을 했다고 보인다"며 "(경찰이) 잠을 재우지 않았다는 부분은 CCTV가 설치돼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무죄가 됐다고 해서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면 수사할 수사관은 없을 것"이라며 "최 씨를 송치했을 때 검찰과 법원 모두 유죄로 판단할 만큼 충분히 유죄의 정황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 씨 측 대리인은 "(재심) 판결로 어느 정도 확정된 사실관계까지 부인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다른 피고처럼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를 요청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였을 것인데 기회를 포기한 것은 피고 이 씨라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했다.
최 씨 측은 다음 기일인 오는 10월 6일 전까지 김 씨 측과의 합의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이날 법정에는 이 씨도 직접 출석했다.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출석의무는 없지만 이 씨는 앞으로 열리는 변론기일에도 계속 나오겠다고 했다.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되기도 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새벽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 씨가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15살로 최초 목격자였던 최 씨는 범인으로 몰려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경찰은 2003년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받고 진범의 자백까지 받았으나 당시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최 씨는 2016년 재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확정받자 이듬해 사건 담당 경찰관의 폭행과 가혹행위, 검사의 위법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와 이 씨, 김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씨를 포함한 경찰들은 영장 없이 최 씨를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폭행하고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등 위법한 수사를 했고 김 씨는 진범에 대한 불기소 과정에서 증거관계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아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최 씨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20억원으로 정했다. 다만 최 씨가 형사보상금으로 받을 8억4000만원을 제외한 13억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또 이 씨와 김 씨에 대해서는 국가와 공동해 2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이 씨와 김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법무부는 "피해자의 약 10년 간의 억울한 옥고 생활과 가족들의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항소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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