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사과하면 배상책임 감면 위해 노력할 것"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 한 피해자가 13억원대의 배상 판결을 받은 가운데, 당시 수사검사가 항소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최모(36) 씨를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수사했던) 경찰과 검사가 항소를 했다"며 "검사가 항소하기 전 제가 전화를 걸어와 항소가 책임을 부인하기 위함은 아님을,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도 책임을 그대로 져야 한다면 누가 용기를 낼 수 있겠느냐"며 "이 사건에서의 과오를 가지고 해당 검사의 공직생활 전반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옳지 않다. 검사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최군과 가족들은 검사가 지는 손해배상책임의 감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윤모씨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1.13 kilroy023@newspim.com |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최 씨 등 3명이 대한민국과 가혹행위를 했던 경찰 반장, 검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국가가 최 씨에게 13억여원(위자료 20억원 및 입실수입의 합계액에서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액을 공제한 액수)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와 함께 최 씨의 모친인 김모 씨에게는 2억5000만원을, 여동생 최모 씨에게는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또 경찰 반장 이모 씨와 검사 김모 씨 역시 공동으로 최 씨에게 2억6000여만원을 배상하고, 모친 김 씨에게 5000만원, 동생 최 씨에게 1000만원을 각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판결 이후 피고 두 사람 모두 항소한 상태다.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영화 '재심'의 실제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최 씨는 지난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7분 경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수사기관은 최 씨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가 택시기사 유 씨와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사물함에 보관 중이던 흉기로 유 씨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경찰은 2003년 최 씨가 재판을 받던 중 진범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긴급체포한 뒤 자백을 받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됐다. 석방된 진범은 진술을 번복했고, 검찰은 2006년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최 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해 2016년 광주고법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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