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1만1002가구 미분양...서울·수도권 35%
심사기준 추가 공개·외부 전문가 참여 확대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분양가 심사는 분양보증과 미분양 리스크 관리를 위한 것임에도 1만가구가 넘는 미분양이 나오면서 심사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두 차례 심사기준 개정을 했지만 심사기준 추가 공개나 외부 인사 참여를 통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5년간 1만가구...서울·수도권에 35%" 미분양 관리 못한 고분양가 규제
16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고분양가 관리지역 37곳에서 1만1002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대구 동구가 1012가구로 가장 많았고 대구 중구(661가구)·경남 창원시(649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미분양가구 중 35%가 넘는 3910가구가 서울·수도권에서 나왔다. 경기 양주시에서 576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기 안성시 451가구 ▲인천 서구 397가구 ▲경기 부천 389가구 ▲서울 광진구 358가구 등이었다.
HUG는 정부정책과 규제지역 지정 및 매매가·분양가 등 시장상황을 고려해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과도한 분양가 책정이 매매 가격 상승과 수분양자 부담 증가로 인한 미분양주택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분양보증 심사에서 이들 지역의 분양가를 관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1만가구 넘게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고분양가 관리지역과 심사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에서 미분양이 나온 것은 지역 내 주택공급 증가와 입지요건 등 분양단지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대구 지역에서는 단기적인 공급 증가로 인해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 통계'에서 대구 미분양 공동주택은 2365가구로 전월(1148가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좋은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적지 않은 규모로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은 심사제도의 문제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다.
◆ 불분명한 기준·분양가 통제 수단 악용...추가 개선 요구 나오는 고분양가 규제
고분양가 규제는 분양보증 심사 과정에서 기준 자체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이전부터 논란이 됐었다.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강화되면서 HUG의 보증심사가 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는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갈등으로 분양일정이 미뤄지면서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1만2032가구)을 포함해 송파 잠실진주(564가구)·서초 방배5구역(3080가구)·수원 권선6구역(2175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HUG는 올해 두차례에 걸쳐 심사기준 개선안을 내놨다. 인근시세와 비교사업장 산정기준을 변경하고 심사평점 하한점수와 건축 연령별 가산율·심사평점에 따른 가감율 등 심사세부기준을 추가적으로 공개했다.
심사기준 개선과 공개범위 확대로 이전보다 투명성이 확대되고 사업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한계점이 남아있다는 의견이다.
고분양가 심사가 HUG 내부에서 이뤄지다보니 여전히 '깜깜이' 논란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심사기준들도 있어 추가적인 기준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산정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채로 내부에서 결정하다보니 고분양가 심사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는 것"이라면서 "외부 전문가 참여와 심사기준 공개 범위 확대 등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 인해 이전과 같은 시장 유동성에 따른 매매 수요 유입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향후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대책에 따라 조성된 주택들의 공급이 본격화되면 이전보다 미분양 사례들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기준 공개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분양가 심사에도 많은 지역에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어 적정 분양가격 산출과 심사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검토 결과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