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나 밀수꾼 얘기와 흡사해 공감하는 듯"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최근 평양 등 북한 도시에서 돈주들과 일부 젊은이들이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인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몰래 시청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지난 주 평양에서 돈장사(환전상)를 하고 있는 동생 집에 갔다가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고 왔다"며 "요즘 평양의 한다 하는(돈, 권력 있는) 사람들은 남조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사진=넷플릭스] |
이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주민들의 평양 진입이 차단됐다 해도 평성 사람들은 평양에 쉽게 오간다면서 일부 평안도 사람들은 평양으로 들어가는 산길도 잘 알아 평양 출입의 완전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남조선에서 만든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담겨진 USB나 SD카드 같은 메모리 저장 장치들이 요즘 들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해상 밀무역을 통해 내륙까지 들어오고 있다"면서 "'오징어게임' 드라마를 시청한 평양의 돈주들은 드라마의 내용이 외화벌이 시장에서 암투를 벌이며 생사를 다투는 평양 간부층의 생활과 흡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특히 드라마 내용에서 큰돈을 벌겠다고 목숨을 내걸고 게임에 참여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평양의 돈주들은 돈을 너무 많으면 비사회주의 시범 꿰미에 걸려 언제든지 처형당할 수 있는 (북한의) 현실을 알면서도 돈벌이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돈주들의 처지와 같다며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평양의 돈주들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 속에서도 '오징어게임'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드라마의 내용이 너무 끔찍하고 등장 인물 중에 탈북민도 포함돼 있어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학습장 크기의 노트텔을 이용해 밤에 이불 속에서 몰래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같은 날 "용천군에서도 '오징어게임' 한국 드라마가 SD카드에 담겨진 채 밀수로 들어와 은밀히 퍼지고 있다"며 "'오징어게임' 드라마는 주로 밀수꾼들과 젊은이들이 시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소식통은 "드라마를 보면서 밀수꾼들은 빚더미에 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거액의 상금을 놓고 서로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오징어게임'이 코로나사태로 국경 경비가 살벌한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밀수에 나서는 자신들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드라마 내용에 심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교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12차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자본주의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보관, 유포한 자는 최고 사형에 처한다고 공개한 바 있다.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영화 시청 등 자본주의문화를 뿌리뽑기 위한 사법기관의 단속이 살벌하게 펼쳐졌지만 코로나 사태로 사법기관 간부들도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남조선영화를 시청하다 발각이 되어도 달러를 찔러주면 무마되고 있어 남조선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시청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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