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원 공공지원민간임대 최고 경쟁률 97.67대 1
청약 인기에도 민간사업자 참여 저조...정부 지원책도 무소용
추가 수익 제한 공급 위축 우려..."분양전환·사업유형 함께 고려해야"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공공지원민간임대 주택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지만 민간의 사업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뉴스테이 사업에 비해 민간사업자 이익을 환수하는 조치들이 강화돼 수익성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규모 물량은 아니지만 저렴한 임대료와 개선된 입지여건에 공공지원민간임대가 일부 전세수요를 흡수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사업자 이익 제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어 자칫 추가적인 전세 공급 감소가 우려된다.
◆ 전세난에 만명 넘게 몰린 공공지원민간임대..."저렴한 임대료·청약조건·입지에 호응"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공공지원민간임대 청약에 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집계 결과 지난 8월 진행된 공공지원민간임대 주택인 서울 양원 어울림 포레스트 263가구 모집에 1만887명이 접수해 평균 47.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마감된 전북 전주 송천동 에코시티 데시앙 15블록 748가구 청약접수에도 1만6282명이 지원해 21.7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기존 민간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에 공공성을 강화한 임대주택이다. 8년 이상 거주가 보장되며 임대료는 일반공급이 시세의 90~95%, 특별공급은 70~85% 이하로 임대료 상승률은 연 5%로 제한돼 일반 전세주택에 비해 주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청약자격은 무주택자이기만 하면 청약통장이 없거나 청약 당첨된 적이 있어도 가능하다.
공공지원민간임대에 청약수요가 몰려드는 데에는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꼽힌다. 과거 뉴스테이 사업으로 진행될 때에는 공공사업에 비해 높은 임대료와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입지여건 탓에 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오른데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 됐다. 여기에 '로또청약'에 따른 청약과열로 인해 까다롭지 않은 청약 조건이나 안정적인 주거 기간도 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선호하는 요인이 됐다.
뉴스테이 사업과 달리 역세권과 도심의 임대수요가 많은 지역에 중소형 규모로 공급해 입지요건이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일부 전세수요를 소화하는 수준에 그친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계획한 공공지원민간임대 물량은 수도권 3223가구를 포함해 전국 4926가구다.
◆ 높은 인기에도 공급자 호응 저조...사업자 수익제한 추가 논의
수요자들 사이에서 공공지원민간임대 사업에 대한 인기는 높아지고 있지만 공공지원민간임대 사업에 대한 민간사업자의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다.
공공지원민간임대 사업은 사업방식에 따라 여러 유형이 있다. 대표적인 유형은 민간이 제안한 사업부지에 공공이 기금 지원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민간제안사업과 공공택지 공모로 진행하는 택지공모사업이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민간제안사업 공모에 참여한 업체들의 경쟁률은 지난해부터 최근 3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9대 1의 경쟁률에서 이듬해 1.3대 1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0.9대 1로 미달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11·19 전세대책에서 민간사업자들의 전세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기금 융자 한도를 늘리면서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뉴스테이 사업에 비해 민간사업자들이 수익을 추구하기 어려워진 부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초기 임대료 제한이 없고 기부채납이나 주거취약계층 지원 규제가 없었던 뉴스테이와 달리 공공지원민간임대 사업에서는 초기임대료 제한이 있고 전체 물량의 20%는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세대책에서 지원 방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민간사업자들의 사업 참여도는 예년과 비슷하다"면서 "이전에 비해 사업 수익의 제한이 커지다보니 민간에서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국토부 장관이 임대주택 임대·매각으로 발생하는 수익 배분에 대한 약정 기준을 마련하고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임대주택 매각에 따른 기대수익과 실현수익의 차익에 대한 약정 수익률을 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미 초기 분양가 제한과 기부채납등으로 수익이 일부 제한되는 상황에서 민간사업자에 대한 추가적인 수익제한은 전세물량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수익제한은 분양전환가격 산정이나 국회에서 논의중인 임차인 우선 분양권 부여와도 연결돼 사업자와 임차인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미 민간사업자에 대해 수익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수익제한은 분양전환이나 신규임대 과정과 연결돼 있고 사업유형 별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하기에 사업자 수익 제한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