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로 동원된 피해자 양금덕‧김성주·김정주 할머니의 자서전이 일본에서 출간됐다.
6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이들 피해자 3명은 앞서 '죽기 전에 듣고 싶은 한마디'(양금덕), '마르지 않는 눈물(김성주‧김정주) 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월 책을 발간했다.
이번 일어판 자서전은 세 할머니의 사연을 한권으로 묶는 한편, 제목과 사진 등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
빼앗긴 청춘 빼앗긴 인생 책 [사진=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2021.12.06 kh10890@newspim.com |
자서전의 주인공들은 일제 말기인 1944년~1945년 10대 어린 나이에 일본인 교장이나 담임교사의 회유와 종용에 의해 일본 군수업체로 동원돼 혹독한 강제노동을 강요당했다.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1944년 5월말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으며, 1945년 2월경 도야마에 위치한 후지코시 회사로 동원된 김정주 할머니는 앞서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동원된 김성주 할머니의 동생으로 서로 자매 관계다.
이들은 일본에서의 강제노동 뿐 아니라,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와서도 '일본에 다녀온 여자 아이들'이라는 족쇄와 사회적 편견으로 가정불화를 겪는 등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이들은 동료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각각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2012년, 2013년 한국 법원에 각각 가해 기업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경우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고, 김정주 할머니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자서전에는 어린 나이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은 물론, 거듭된 좌절을 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고된 인생역정이 담담히 풀어져 있다.
특히 자서전의 주인공들이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간 대립의 정점에 있는 사건의 소송 원고들이고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도 일어판 발간을 한국과 일본의 양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협력해 추진했다는 점에서 이번 자서전 출간의 의미가 남다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에서 전개해 온 일련의 시민적 노력과 연대활동에 의해 이번 자서전 출간도 가능했다"며 "예전 같으면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피해 할머니들이 이제는 이 싸움의 주체로 당당히 서 있는 것 자체가 커다란 변화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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