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자유토론방 게시글 IP 추적해 경위서 요구
고위 소방공무원 징계 '솜방망이'에 그쳐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 경기본부는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직원 사찰 및 고위 소방공무원의 징계 무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기소방본부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경기소방본부가 내부 전산망에 있는 익명의 자유토론방에서 IP추적을 통해 직원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지난달 초 미지급 수당과 관련한 게시글이 자유토론방에 올라왔는데 해당 게시글 작성자에게 휴게 수당과 관련한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소방노조 경기본부가 공개한 경위서 요구 자료. [사진=한국노총] |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소방감사과 관계자는 "경위서에 '휴게 수당 미지급 상황이 왜 길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지', '적정하지 않은 글을 게시한 것을 인정하는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으면 한다"며 해당 직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노조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IP추적을 통해 댓글을 작성한 직원을 사찰하는 일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며 "IP추적은 헌법 제17조와 제18조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꼬집었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어 "누구보다 앞장서서 법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 조직인 경기소방본부가 불법을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과거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2021년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 감찰이라는 미명하에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노조는 고위 소방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는 "경기도 분당소방서장이 '추석절 특별경계근무기간' 동안 관용차를 이용해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제보를 받았음에도 경기소방본부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며 "이후 국회의원을 통해 자료를 확보한 결과 경고 1명, 주의 5명이라는 솜방망이 행정처분에 그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방노조 경기본부의 정당한 질의는 묵살하고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에 대해서는 성실히 답변했다는 자체가 솜방망이 행정처분을 은폐하려는 꼼수였으며, 경기도 소방공무원 노동자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인사혁신처가 경기도 소방본부의 실상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