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LG 지분 정리…'독립경영' 속도
공격적 그룹 외형확대 행보 눈길
LX인터 필두로 신사업 보폭 넓혀
[서울=뉴스핌] 박지혜 기자 = LX그룹이 출범 7개월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두 번이나 등장하는 등 외형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32년간 LG그룹에 '1등 DNA'를 심어주며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구 회장은 LX그룹에도 1등 DNA를 새기고 있다. 이달 LX그룹이 LG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를 마무리하면서 구 회장의 독립경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LX홀딩스] |
◆ LG 주요 계열사 성장 일군 '독한 승부사'
1951년생인 구 회장은 서울대학교 통계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미국 통신 반도체 기업 AT&T에서 3년여간 경험을 쌓았다.
1985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해 LG반도체, LG필립스LCD(현재 LG디스플레이),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며 '독한 승부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구 회장은 2018년 5월 별세한 고(故)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자 고문으로 빠지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회장은 고 구자경 LG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구 회장은 LX그룹의 초대 회장으로 4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지난 5월 LX인터내셔널과 자회사 LX판토스,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등 5개 계열사를 들고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하고 지주회사인 LX홀딩스를 설립했다.
그는 부임하는 곳마다 1등 DNA를 외쳤던 만큼, LX그룹에서도 이러한 경영 전략을 이어간다. 앞서 1999년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으면서 회사의 공식 인사말을 '일등합시다'로 바꾸고, 2010년 LG전자 CEO로 부임했을 때에도 회의 시작 전 공식 인사말을 '반드시 일등합시다'로 정한 바 있다.
LX그룹 출범 당시 구 회장은 "LX홀딩스에 속한 자회사는 국내 팹리스와 인테리어자재, MMA(유기화학제품), 포워딩 시장을 선도하는 1등 DNA와 세계를 무대로 한 개척 정신을 가진 기업"이라며 "1등 DNA를 LX 전체에 뿌리내리고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을 통해 구성원 모두의 자랑이 되는 좋은 기업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 출범 4개월 만에 굵직한 M&A 출사표
구 회장은 M&A에 소극적이던 LG그룹에서 공격적인 M&A로 주목을 받았다. LG그룹 부회장으로 재직할 때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인 오스트리아 ZKW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LG에서 신산업이었던 LG화학 배터리 사업, 오스트리아 ZKW 전장 사업 등을 성공 반열에 올려놓은 승부사 기질이 LX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LX그룹은 LG에서 분리된 지 4개월 만에 LX하우시스를 통해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 인수전에 참여했다. 비록 인수에 실패했지만, 다른 기업 인수 건을 계속 탐색했고 현재 한국유리공업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4일 주력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을 통해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PE와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대금 규모는 6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추후 실사를 거쳐 내년 초 최종 인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창호, 새시 등 건축자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LX하우시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을 필두로 신사업 보폭을 키우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올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친환경 사업 추진 ▲디지털경제 관련 사업 개발·운영 ▲헬스케어 사업 등을 정관에 추가했다. LX하우시스는 토털 인테리어 사업 성장에 따라 프리미엄 건자재 시장을 공략 중이다.
내년에도 구 회장은 신사업 발굴과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X그룹이 자산총액 8조원으로 재계 순위 50위권에 머물고 있어 몸집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지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