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신호기 전국 평균 이하…점자블록 무용지물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우리들은 늘 죽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이 침해받고 있다. 이들의 눈을 대신해주는 점자블록은 차도 쪽으로 향하고 있거나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또 안전한 독립보행을 위한 음향신호기가 현격히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8일 오후 8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 인근에서 만난 1급 시각장애인 A씨와 기자가 동행하며 그 실태를 짚어봤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28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일대에 한 시각장애인이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음향신호기를 이용하고 있다. 2022.01.29 kh10890@newspim.com |
A씨는 10여년을 늘 걸어온 길이었기에 능숙하게 흰 지팡이로 장애물을 짚어가며 목적지까지 잘 걸어가는 듯했지만 횡단보도를 마주치자 고난의 연속이 계속됐다. 신호등 빨간불에 건너가려다 기자가 말리자 멈춰섰다. 음향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아서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이 전국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는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 4019개 중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횡단보도는 939개(23.36%)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33.89%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A씨는 "음향신호기가 없는 곳이 많아 신호등을 건널때마다 위험천만한 순간이 많다"며 "초록불이 켜졌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시민분도 계시지만 신호등 주변에 사람이 무조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보행자 신호인줄 알고 건너려다 자동차에 부딪힐 뻔 하는 순간이 하루에도 수십 번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28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에 시각장애인이 멈춰 서있다. 2022.01.29 kh10890@newspim.com |
또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은 장애인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보행권을 침해하는 장애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서울처럼 점자블록이 많이 설치되지도 않았지만 설치된 곳이 대부분 차도로 향하고 있어 목숨을 걸고 외출해야 되는 수준이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블록에 의존해서 걷는 사람이 없을거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도 수차례 넣어봤지만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불편함을 못느끼니까 장애인들의 보행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이번 화정아이파크 사건처럼 무슨 사건이 터져야지만 공무원들은 수습에 나선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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