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방치 지적에 방역당국 '발끈'
치료기준 잦은 변경에 우왕좌왕 혼선
국민보다 의료계 중심 대책마련 급급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급증한 가운데 방역당국의 환자 관리 등 전환된 방역체계가 연신 뭇매를 맞고 있다.
'선택과 집중' 차원의 관리 체계로 전환됐지만 불명확한 확진자 관리와 의료진 대비로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더구나 정책 추진을 놓고 방역당국이 의료계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보니 실효성 있는 방역체계를 설계하지도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4122명이 늘었다. 전일 대비 4555명이나 많은 규모다. 더구나 역대 처음으로 5만명대를 넘어섰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재택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수도 늘었다. 같은 시각 기준으로 재택치료 환자는 17만4177명에 달했다. 전일 대비 6157명이 증가한 규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9일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인 서울 종로구 예림이비인후과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동네 병의원 중심 의료대응을 점검했다. 2022.02.09 yooksa@newspim.com |
이날부터는 고위험군이 아닌 확진자는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등 새로운 코로나19 재택치료 체계가 시행됐다. 60세 이상 고령자, 먹는 치료제 투약 대상자 등 집중관리가 필요한 집중관리군은 집에서 하루에 두번 유선으로 건강 모니터링울 받는다. 무증상 및 경증의 경우, 일반관리군으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면 동네 병원을 찾아 검사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코로나19 재택치료 체계로 무증상이나 경증 확진자는 사실상 방역당국이 손을 놨다는 데 있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재택치료를 '셀프치료'라고 말하고 있다.
최종균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이날 정례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날 확진자 가운데 94%가 재택치료로 구분됐고 나머지 6%만 의료기관에 입소로 결정됐다"며 확진자가 급증하면 중증환자 위주로 의료자원이 배정돼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번에 개편을 한 것이고 확진자에 대한 방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렇더라도 방역당국은 재택치료 체계 전환 시행일 전날 두 차례나 기준을 변경하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가져다줬다는 데서 설득력을 잃었다.
당초 집중관리 대상에서 먹는 치료제 투약 대상자자 처방자로, 또다시 투약 대상자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일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현장의 수요 등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
또 일반관리군의 재택치료 환자들이 전화 상담으로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동네 병·의원의 경우, 이날 기준으로 1856곳이지만 지역 편차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의 경우, 강서구 이헌경소아청소년과의원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부산시민은 "부산에서 오늘 신규 확진자가 2631명인데 대략 90%이상이 재택치료를 한다고 할 때 2300여명이 해당하는데 전화 상담과 처방이 1곳에 불과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이런 준비 상태로 어떻게 재택치료에 대한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2022.02.10 yooksa@newspim.com |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을 우선하는 방역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닌 의료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질책도 쏟아졌다.
최종균 재택치료반장은 "원래 비대면 진료는 2020년부터 시행을 해왔던 것인데 비대면 진료라는 명칭을 의료계가 싫어해서 전화상담 처방이라는 말을 쓰게 됐다"면서 "전화상담을 통해 처방을 받게 되면 지정된 약국에서 약을 보낼 수 있는데 퀵서비스 비용을 약사들이 싫어해서 행정안전부가 의약품 배송비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지난해 의료계의 파업 협박에 정부가 의료계 달래기를 한 것에 이어 이제는 의료계가 싫어하면 대안을 만들어주는 식의 방역체계를 구상하는 것이냐"며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인력을 확대할 뿐더러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한 원격진료에 대해 차기 정부가 공론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