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속기록 등 미공개
'관련 자료'에 대한 하급심-대법 판결 엇갈려
하급심 벌금형→대법서 무죄 취지로 파기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총회 회의 속기록 등을 공개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재건축 추진위원장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으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은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북부지법에 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 24일 열린 주민총회 및 조합창립총회의 속기록 작성에 대한 대금지급자료를 비롯해 같은해 자금수지보고서와 카드사용내역서 등을 작성한 후 15일 이내 공개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주택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 81조 제1항 내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 124조 제1항 각호에 따르면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 조합원,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에 방법을 병행해 공개해야 한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관련 자료'에 대해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형벌 법규의 구성 요건으로 사용됐으므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해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 처벌 대상이 확장되는 것을 막아 법정 안정성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공소 사실 상당 부분을 무죄로 봤다.
다만 A씨가 반복적으로 공개의무를 위반점은 유죄로 판단,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 및 2018년 12월 31일 작성된 2018년 자금수지보고서 병행공개시기 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부분을 모두 파기한다"며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도시정비법상 속기록과 녹음 또는 영상자료는 보관 대상으로 규정할 뿐, 의사록과 같은 공개대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의사록 역시 참석자 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 만큼,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해석을 경계했다.
대법은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 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 기준에 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해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각 호에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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