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이후에도 '오픈런'...가격 오른 다음날 매출 44%↑
'도미노 인상' 시작…편의점·마트는 7~8% ↑
가정용 제품 가격 동결·인상폭 축소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명품 매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 사는 '오픈런' 현상이 대형마트 소주 매대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업체가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서다. 한라산소주 등 지역 소주까지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소주의 원료인 주정과 곡류 등 원자재 값이 상승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요 판매처인 유흥 업소의 영업 시간 제한으로 실적까지 악화된 점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꼽았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르기 전 소주를 구매하기 위해 마트로 몰렸다. 일부 점포에선 재고 물량까지 전량 소진됐다. 가격이 오른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입고 물량보다 판매량이 올라가자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까지 벌어졌다.
◆ 소주 출고가 인상 발표에 판매량↑…가정용 제품 동결·인상 폭↓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에 이어 무학, 보해양조, 한라산소주 등 지역 소주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대형마트에서 소주 판매가 급증했다.
주류업체가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자 편의점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소주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마트 소주 판매량은 79% 신장했다. 가격 인상안 발표 날인 지난 18일부터 인상 날이었던 23일까지의 판매 수치다. 지난 주말 대형마트 의무휴업 기간인 점을 고려해 2주 전 동일 기간과 비교한 수치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소주 판매량도 33.7% 늘었다.
홈플러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소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홈플러스는 매출을 주 단위로 집계한다. 마트 관계자는 "그간 하루 2번 정도 물건을 가져왔지만 일부 매장에서 소주 물량이 동난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시로 주문해 매대를 채웠다"며 "매대를 비울 수 없어 점포별로 경쟁적으로 물량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마트를 비롯해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3사도 같은 날 일제히 소주의 소비자 가격을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출고가 인상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지난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등 식당에서 많이 마시는 360mL 소주 제품 출고가가 평균 7.9% 올랐다.
보해양조는 내달 2일 ▲잎새주 ▲보해소주 ▲여수밤바다 ▲복받은부라더' 등의 출고가를 평균 14.62% 인상한다. 보해소주의 인상일은 16일이다. 무학은 내달 1일 주력 소주 브랜드 '좋은데이'와 '화이트'의 출고가를 평균 8.84% 인상한다.
이날 '처음처럼'으로 유명한 소주 업계 2위 롯데칠성음료도 평균 7.2% 소주 출고가를 인상했다. 오는 5일 '처음처럼'을 비롯해 '처음처럼 진', '처음처럼 순' 등 소주 가격이 오른다.
다만 주류 업체는 대용량이나 팩 소주 등 가정용 제품의 가격 인상 폭은 낮추거나 동결했다.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페트 출고가를 상대적으로 인상폭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도 다만 나머지 가정용 제품인 400mL 페트와 팩 제품은 출고가를 동결했다. 무학은 ▲200mL ▲36mL ▲450mL 페트병 류와 리큐르 제품은 인상에서 제외됐다.
◆ 소줏값 인상에도 구매 행렬에 재고 확보·보관 이중고
소주 '오픈런' 현상은 더 심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소주를 사려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 가격이 오른 후에도 소주 매출은 급등했다. 하이트진로 소주 출고가가 오른 23일에도 오후 1시 기준으로 홈플러스의 이 날 하루 소주 매출은 전년대비 30%대 신장했다. 다음날인 이마트의 소주 매출도 전년대비 44% 뛰었다. 마트 관계자는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소주에 대한 매출 급등 했다"며 "23일 이후엔 본사와 점포의 물량이 부족하지 않지만 일부 지점에선 빠르게 소진돼 품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사진은 21일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 주류코너의 모습. 2022.02.21 |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는 소주 가격 릴레이 인상으로 재고 물량 확보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소주 재고가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류는 보관에 필요한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품목이다. 무게가 나가고 부피가 큰 탓이다. 많이 쌓아둘수록 유통사가 감당할 비용이 커진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이뤄진 일종의 사재기도 남은 물량 소진 시기를 앞당겼다. 출고가 인상을 앞두고 상품을 대거 확보하려고 해도 역부족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대규모 물류 센터로 신속하게 물건을 공급받고 보관 장소와 이를 관리할 인력도 충분하지만 편의점은 소량으로 공급 받는경우가 더 많다"며 "주류는 내부 보관 공간도 부족해 재고를 계속 보관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