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밀가루값 인상이어 하반기 인상 조짐
러시아, 우크라 침공사태가 상승세 부채질…라면, 과자, 빵값 또 들썩일수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 밀(원맥)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 및 물류대란 등으로 지난해 말 거래처별로 밀가루 가격을 한 차례 인상했던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 제분업체들은 최근 우크라 사태로 원맥 가격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지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국제 밀 가격 상승세도 꺾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상승폭이 더욱 커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쯤 밀가루 제품 단가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최근 인상된 라면, 과자, 빵 등 식품업체들의 가공식품 가격이 또 다시 오를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국제 밀 가격 상승세에 기름부은 러시아·우크라 사태...밀가루값 하반기 또 오르나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 주요 제분업체들은 국제 원맥 가격 상승 추이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거래처별로 B2B 및 가정용 밀가루 가격을 올렸다. 2013년 이후 가격을 동결했던 가정용 밀가루도 약 8년 만의 인상을 단행했다. 코로나19 여파와 물류대란 등으로 2020년부터 국제 밀 가격이 지속 상승함에 따른 조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국제 밀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제분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비중이 크지 않지만 두 나라 간 충돌로 국제 곡물 공급망이 불안상태에 놓이면서 원가 상승세에 더 탄력이 붙어서다.
세계 곡물 가격 동향 |
실제 블룸버그 곡물가 근월물 시세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원맥 가격은 부셸당 781.2센트로 2020년 4분기 605.8센트 대비 29% 상승했다. 또한 지난 7일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부셀당 1425센트로 거래를 마쳤다. 2월 평균인 808센트 대비 76% 급증한 수치다. 업체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완화로 곡물가 상승세도 꺾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밀, 옥수수 등 곡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가 밀가루 가격 조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맥의 경우 품질 문제로 국제 공급처 다변화가 쉽지 않은 품목으로 알려진다. 통상 3~9개월 가량 계약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원맥 가격이 고공행진할 경우 밀가루 가격에 인상분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거래처별 밀가루 가격 인상 계약을 마쳤지만 국제 원맥 가격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원가 부담이 계속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는 하반기쯤 인상을 염두에 두고 원맥 가격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올렸는데...라면, 과자, 빵값 또 올려야 하나
밀가루 가격이 추가 인상되면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한 차례 올랐던 라면, 과자, 빵 등 식품업체들의 가공식품 가격도 흔들릴 전망이다.
앞서 식품업체들은 밀가루 등 원재료와 물류비,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해 라면, 과자, 빵 등 가공식품 가격을 잇따라 올린 바 있다. 라면업체들은 지난해 8월 일제히 라면가격을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농심은 6.8%, 오뚜기는 11.9%, 삼양식품은 6.9%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도 홈런볼과 카스타드 등 자사 대표 과자의 가격을 약 10% 올렸다.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으면서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농심이 지난달 출시한 '새우깡 블랙'은 기존 '새우깡'보다 50% 비싼 1500원이다.
세계 곡물 가격 동향 |
올해 초에는 베이커리, 떡볶이, 햄버거, 피자 등 외식 가격까지 널뛰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부터 빵과 케이크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고 맥도날드, 롯데리아, 맘스터치 등 버거업체들도 약 3% 내외의 버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정부도 주요 외식프랜차이즈들의 주요 제품 가격을 공개하고 외식물가 담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물가잡기 총력전에 나섰지만 국제적 요인으로 인한 원재료 상승세가 원인인 만큼 물가잡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쯤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의 추가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하반기에도 원재료값 상승이 계속될 경우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가공식품 가격을 재차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원재료 단가 상승 흐름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라면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 방어를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라면, 제과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맥 가격이 최근 상승하고 있지만 식품업체들은 국내 제분업체를 통해 기간별로 계약하고 있고 가격을 인상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