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연료탄 가격 상승으로 강판가 상승 불가피
철강사, 강판가 톤당 20만~30만원 인상 예정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차량용 반도체와 와이어링 하네스(배선 뭉치) 수급난에 이어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석탄) 가격이 치솟으면서 완성차업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의 가격 상승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판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인상 시 차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울산 1~5공장의 주말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출고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주말 특근을 실시해왔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수출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
하지만 중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봉쇄가 이뤄지면서 배선 뭉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주말 특근을 중단한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울산 공장에서 조립 차량 없이 컨베이어밸트만 돌리는 '공피치' 운영에 돌입했다. 지난 14일부터 돌입한 공피치 운영은 사실상 감산 조치다.
이에 울산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네시스 주요 모델들의 출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GV60 등 일부 모델의 출고까지 12개월이 걸리는 등 출고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어려움으로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주말 특근이 취소됐다"며 "중국에서 봉쇄조치가 이뤄지다 보니 특근 작업을 이어가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가 인상도 완성차업체에는 비상 요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42.55달러다. 지난 11일 159.79달러 대비 10% 이상 떨어졌지만 지난해 11월 89.83달러를 기록한 뒤 50달러 이상 오른 수치다.
쇳물을 생산하는 연료로 사용되는 제철용 연료탄도 지난 14일 기준 톤당 649.25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초 359.58달러에 비해 80% 이상 오른 수치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용광로 작업시설 [사진=포스코] |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제철용 연료탄의 수급이 막히면서 가격이 연초 대비 급등한 것이다. 철강업계는 러시아 발 원자재가 인상으로 국내에서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글로벌 철강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철강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유럽의 철강사 아셀러미탈은 최근 철강 가격을 20% 인상했으며 중국 바오스틸도 최근 철강가를 올렸다.
국내 철강 가격도 연이어 인상되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으로 재가공되는 열연강판은 지난주 톤당 133만원으로 지난해 최고 가격인 132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도 완성차업계와의 강판 가격 협상에서 강판가격을 톤당 20만~30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과 제철용 연료탄 가격이 상승하면 철강 가격은 무조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에서도 20~50% 가까이 올랐는데 국내에서 인상을 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는 강판 가격이 인상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아직 강판가 인상에 대해 들은 바는 없다"며 "하지만 가격적인 변동 요인이 있으면 자동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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