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1살?...英 BBC·가디언 조명
"만 나이 도입해도 K-나이 쉽게 안 사라져"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윤석열 차기 정부가 국민의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외신도 주목했다.
이른바 '한국식 나이'(Korean Age)가 해외에서 뜻밖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인데, 외신들은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 가지 나이 셈법이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평택시가 연령계산 방식을 만 나이로 일원화 할 것을 중앙부처에 건의했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령계산 이미지[사진=평택시]2022.02.23 krg0404@newspim.com |
◆ "한국 여성은 임신 기간이 유달리 긴가요"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월을 뒤로 미루다...한국의 모든 사람이 곧 어려지는 이유' 제하의 기사에서 윤 차기 정부의 '만 나이' 통일 방안 추진 소식과 함께 "한국에서는 갖 태어난 아기가 2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형식은 문답형이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몇세였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쉽다. 0세다"이지만 가디언은 "맞다. 당신이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1세"라고 알렸다.
우리나라는 태어나자마자 1세로 간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외국에서는 생소하기만 하다.
이에 다음 이어진 엉뚱한 질문은 "한국 여성은 임신 기간이 유난히 긴가"였다. 통상 임신 기간은 10개월이지만 태어난 아기를 1세로 여기는 것이 비통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생일 때 나이를 한 살 더 먹느냐. "한국에서는 1월 1일에 전국민이 나이를 먹는다. 1월 1일 한시한때 모두가 나이를 먹는다"며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만 나이보다 두 살이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일간 가디언이 이토록 문답 형식으로 한국의 나이 셈법을 풀어나간 것은 'K-나이'가 말그대로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 독자들에게 새로운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차근차근 풀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 숫자에 불과한 나이? "한국은 매우 심각히 여겨"
세계 많은 국가는 국제통용 기준이 되는 만 나이만 쓴다. 만 나이란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그 다음해 첫 생일이 돼야 1세가 된다.
지난 19일 영국 BBC방송은 한국에는 총 3개의 나이가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국제통용 기준의 만 나이와 한국식 세는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연 나이 등이다.
BBC는 연 나이에 주목했다. 태어난 직후는 0세이지만 매해 1월 1일 1살 더 먹는 연 나이가 한국의 병역법, 청소년보호법에 적용돼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 로이터=뉴스핌] 이지은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이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드' 레드카펫에 참석했다. 2022.04.04 alice09@newspim.com |
매체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인기 K-팝 그룹 BTS의 멤버 뷔를 예로 들었다. 뷔의 출생일은 1995년 12월 30일로, 만 나이를 쓰는 외국에서는 26세다. 그러나 한국에는 연 나이와 세는 나이로 각각 27세, 28세다.
방송은 "우리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 연령은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고 부연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방송에 "사회적으로 한국인들에 있어 상대방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지 확인하는 것이 이름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상대방을 어떻게 부르고 존대를 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고 알렸다.
미국의소리(VOA)는 한국에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동갑 뿐이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만 나이 통일돼도 K-나이 사라질지 의문"
VOA는 법과 사회적 나이가 달라 혼선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연 나이로 9세인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이모씨는 VOA와 인터뷰에서 "학습이 다른 학생들보다 느리다는 학교의 말을 들으니 속상하다. 우리 아이의 생일은 10월"이라며 1월생 학생과 자신의 아이의 학습 능력이 같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군 복무가 의무인 한국 남성들의 입영일자도 생년월일이 아닌 연 나이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만 나이로는 같이 입대한 동료 보다 수 개월 일찍 군 복무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의 여러 나이 셈법이 "엄청 머리가 아플 것 같다"며 "한국에는 매우 독특한 관습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윤 차기 정부의 '만 나이' 통일 추진이 성공을 거둘지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019년에도 관련 법안이 논의됐지만 법제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나이 셈법은 사회 깊이 자리하고 있다고 BBC는 꼬집었다. 방송은 "국제통용 기준이 되는 만 나이가 도입해도 단기간 안에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K-나이' 사용을 멈추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10 phot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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