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서명한 권성동, 재논의 입장으로 급선회
25일 인수위 방문해 30분간 윤석열 당선인 면담
인수위 "국민의힘, 尹의중으로 좌우되는 정당 아냐"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재논의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른바 '윤심(尹心)'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국회 상황을 보고 받았을 뿐 어떤 개입이나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6일 오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25일) 권 원내대표가 당선인을 장시간 방문했고 말씀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고 두 사람의 만남을 시인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을 전격 수용했다. 강대강 대치 중이던 여야는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정면 충돌은 피했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2022.04.25 photo@newspim.com |
하지만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각한 모순점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이므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 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당일인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렵게 합의한 만큼 합의 사항이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후 최고위에서 재논의 방침을 결정한 직후 중재안 수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오후 3시 인수위를 찾아 윤 당선인을 30여분간 면담했다. 26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여야가 합의했다 할지라도 국민 동의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재논의에 대한 더욱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 윤 당선인의 의중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윤 당선인은 국회에서 검수완박법 입법 논의가 불거질 당시부터 중재안 합의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인수위도 정무사법행정분과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입법폭주'라고 규탄했을 뿐 "당선인은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전날(25일) 기자들에게 "당선인은 검수완박이 부패 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본다"며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헌법 정신을 크게 위배하는 것이라는 검찰총장 사퇴 당시와 생각이 변함이 없다"고 윤 당선인의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도 "당선인 의중을 떠나 국회의원으로서 한 말씀드린다"며 "검찰 수사권을 뺏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서일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2.04.11 leehs@newspim.com |
다만 인수위 측은 윤 당선인이 권 원내대표와 사전 교감을 하고 있었다거나 재논의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배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교감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미묘하긴 하지만, 불과 십여일 뒤면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정국을 운영해갈 당선인이 국회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몰랐다고 하면 안 될 일 아니겠느냐"며 "당선인은 중재안이 합의된 당일 부산에서 전화를 통해 (권 원내대표에게) 말씀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고, 합의 과정과 결정 모든 몫은 국회의 당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선인은 국회 상황, 특히 향후 집권여당이 될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은 것이지 어떠한 개입이나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당은 청와대 뒷처리하는 곳도 아니고 거수기를 드는 흥신소같은 곳도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인수위 관계자도 "국민의힘은 당선인 의중으로 좌지우지되는 그런 자존심 없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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