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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1970년대 남북회담 사료 최초 공개…첫 회담은 '기싸움'

기사입력 : 2022년05월04일 13:05

최종수정 : 2022년05월04일 13:05

北 자유왕래 요구 vs 南 단계상봉 강조…입장차 뚜렷
1970~72년 남북회담 기록 담긴 사료집 일반 공개
이후락·김영주 협상, 김일성·이후락 회담은 비공개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지난 1971년 남과 북이 1945년 분단 이후 당국 차원에서 처음 만난 대화는 '수해'를 주제로 팽팽한 기싸움 속에 3분 만에 끝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측 적십자단 대표가 "수해가 많이 나지 않았느냐"고 묻자 북측 대표단이 "수해가 없었다"며 "우리 임무는 이것으로 끝났다고 본다"고 퉁명스럽게 답하며 회담 분위기가 냉랭해졌기 때문이다.

1971년 남북 적십자 예비 회담 장면. 2022.5.4 [사진=통일부]

통일부는 4일 1970년 8월부터 1972년 8월까지 약 2년간 남북회담 기록이 담긴 '남북대화 사료집'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총 1652쪽에 달하는 문서에는 제1~5차 남북적십자 파견원 접촉과 총 25차례의 남북적십자 예비회담, 의제문안(제1차~제13차) 및 진행절차(제1차~제3차) 실무회의 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는 '남북회담 문서 공개에 관한 규정'에 따라 문서 공개를 시작했다. 검토 대상은 생산, 접수 후 30년이 지난 남북회담 문서이며, 기간에 따른 검토 대상은 1971년부터 1991년까지 문서들인데 올해는 1981년 이전 생산·접수 문서들이 우선 공개된다.

이번 공개는 시범 성격이라는 게 통일부 측 설명이다. 문서 1652쪽 가운데 418쪽은 비공개됐으며, 대상 기간인 1972년 '7·4남북공동성명'과 관련한 남북 물밑 접촉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향후 공개 과정에서는 해당 내용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의록이 최초 공개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사후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내용들은 추가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분단 이후 처음 대화의 장에 나선 1971년 8월 20일 남북적십자 파견원 접촉은 3분 만에 대화가 종료됐다. 당시 대한적십자사 파견원인 이창렬 서무부장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북측 대표단에 "안녕하십니까"란 인사를 건네자 북측은 "동포들과 서로 만나니 반갑습니다"라고 답했다. 양측은 서로 신임장을 교환한 뒤 북한에서 발생한 수해에 관한 대화를 나눴는데 북측에서 불쾌한 반응을 보이자 대화는 곧 종결됐다.

이후 이어진 파견원 접촉, 예비회담에서는 분위기가 다소 개선되기도 했으나 적잖은 지점에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차기 회담 일시 결정이나 호칭 문제, 장소 문제, 의제와 문구, 방향성 등에서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971년 11월3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예비회담 당시 남북 적십자 대표가 주고받은 대화는 당시 분위기를 대변한다.

북한은 시종일관 조속한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산가족의 자유로운 남북한 왕래와 서신 교환을 요구했다. 이는 현재 이산가족 상봉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북측 대표는 "같은 민족끼리, 더욱이 한 핏줄을 이은 가족과 친척, 친우들끼리 만나고 자유로이 오고가는데 무슨 복잡한 절차와 수속이 필요하겠냐"며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과 친척, 친우들끼리 자유로이 편지를 주고받고 오고가는 데 아무런 방해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에서 기차를 타면 하루면 남녘의 어디나 닿을 수 있는 고향땅, 고향집을 찾을 수 있는 우리나라 조건에서 흩어진 가족들과 친척, 친우들이 마음대로 오고갈 수 없다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도 공화국 북반부에는 재일동포들의 조국 방문단이 오가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마음대로 자기 가족들과 친척, 친우들과 만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렇게 멀리 이역만리에서 와서 자기 동포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사는 숭고한 경험과 전례가 있는데 서로 지척에 두고 있는 남북의 부모, 형제, 자매, 친척, 친우들끼리 자유롭게 다니지 못할 하등의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 측은 우선 이산가족의 생사와 소재를 확인하고 그들의 소식을 알려주는 문제가 가장 긴급한 문제라고 하면서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과 친척, 친우들의 자유로운 왕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남측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예비회담 내내 단계적인 상봉을 주장하며 북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단 이산가족 생사 확인부터 한 뒤 이후 사업을 확대하자는 게 남측 입장이었다.

남측 대표는 "남북으로 흩어져있는 1000만 이산가족을 찾아주고 서신을 주고받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상호 방문과 재결합까지 실현시키는 일은 거대한 사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업의 범위를 이보다 넓힌다면 오히려 중점을 잃어 가장 긴급하고 가장 중요한 가족 찾기 운동마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열린 남북적심자회담에서 순서 없이 많은 일을 벌여놓는다면 이는 무리일 뿐만 아니라 모처럼 마련된 남북 적십자 간의 협조정신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남북으로 흩어져 서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또는 살았어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차제에 서로 어디를 오고간다는 것이냐"면서 "자유 왕래가 모든 것에 앞서야 될 선결 조건이라는 귀측의 제안은 차례를 뒤바꾼 전혀 타당하지 않은 것이며 가족 찾기 사업의 시작과 끝을 뒤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예비회담 단계부터 거듭 자유 왕래를 요구한 북한의 태도는 적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한국 내 반공 체제를 약화시키고 통일 전선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는 김신조를 포함한 북측 무장 공비가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1·21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여가 지난 시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박정희 정권으로서는 간첩 유입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자유 왕래 방식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판문점 남쪽 구역 '자유의 집'과 북쪽 구역 '판문각'에 각각 "회담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이를 잇는 "직통 왕복 전화"를 설치하기로 한 1971년 9월29일 남북적십자 제2차 예비회담 합의사항을 각자 정리해 서명한 문서. 2022.5.4 [사진=통일부]

예비회담은 1972년 6월에야 성과를 냈다. 예비회담 19회와 의제 문안 실무 회의 13회를 거쳐 남북 적십자 본회담에서 논의할 의제 5개항이 채택됐다. 5개항은 이산가족 주소와 생사 확인, 자유로운 방문과 상봉, 자유로운 서신 교환, 자유의사에 의한 재결합, 기타 인도적 문제 해결 등이다.

본 회담은 1972년 8월부터 열렸다. 본 회담은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가며 7회에 걸쳐 열렸지만 북한이 한국의 법률적 조건과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등 정치적 문제를 거론하면서 또다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러던 북한은 1973년 8월28일 본 회담마저 중단시켰다.

적십자 회담을 거부하던 북한은 1984년 대남 수재 물자 인도 인수가 끝난 직후 본 회담을 속개하자는 한국 측 제의에 호응했다. 이로써 중단된 지 12년 만인 1985년 5월 제8차 본 회담이 재개됐다.

이때도 북한은 통일 전선 논리에 입각한 자유 왕래를 주장했지만 결국 남북한 시범 사업으로 이산가족 고향 방문단 교환과 예술 공연단 교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85년 9월20일부터 23일까지 분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과 평양에서 이산가족과 예술 공연단의 동시 교환 방문이 이뤄졌다.

이번 통일부의 '남북대화 사료집' 공개로 남북 당국 간 최초 합의서가 당초 알려진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아닌 1971년 9월 29일 체결된 사실도 확인됐다.

통일부는 1971년 9월 29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적십자 제2차 예비회담 자료집을 공개하면서 이 회담을 통해 체결된 적십자 예비회담 진행 절차에 관한 합의서가 남북 당국간 최초의 합의서라고 밝혔다. 회의록에는 남북간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서로 담배와 차를 권하는 등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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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안 "기각" 47.1% vs "인용" 46.7%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39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해야 한다는 여론과 인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했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호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1월 20~21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 측이 탄핵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배제했는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47.1%는 '기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용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46.7%, '잘모름'은 6.2%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인용해야 한다 44.6% ▲기각해야 한다 50.4% ▲잘모름 5.0% 등이다. 여성은 ▲인용해야 한다 48.8% ▲기각해야 한다 43.8% ▲잘모름 7.4% 등이다. 연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대 58.4% ▲40대 56.0% ▲만18~29세 48.5% ▲30대 43.2% ▲60대 42.6% ▲70대 이상 27.1%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54.8% ▲70대 이상 52.5% ▲60대 51.7% ▲만18~29세 49.6% ▲50대 39.3% ▲40대 37.6% 순이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에서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62.4%)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제주 57.2% ▲경기·인천 48.2% ▲서울 46.3% ▲부산·울산·경남 40.6% ▲대구·경북 40.2% ▲대전·충청·세종 39.5% 등이 뒤를 이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대전·충청·세종(55.5%)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경북 50.8% ▲부산·울산·경남 49.6% ▲경기·인천 48.4% ▲서울 47.5% ▲강원·제주 31.9% ▲광주·전남·전북 31.3% 순이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조국혁신당 지지자 87.6%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4% ▲지지정당 없음 63.5% ▲개혁신당 47.8% ▲기타정당 46.5% ▲진보당 33.9% ▲국민의힘 9.3% ▲잘모름 0%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85.0% ▲개혁신당 36.9% ▲기타정당 36.7% ▲지지정당 없음 26.6% ▲진보당 19.4% ▲더불어민주당 7.8% ▲조국혁신당 5.3% ▲잘모름 0% 순이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조사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기각'이 '인용'보다 한계허용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응답이 나왔다"며 "다만 '기각해야 한다'와 '인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팽팽한 것은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탄핵 결정 시 국론 분열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이런 정치적 영향과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핵 심판의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단순히 법적 기준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까지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보수 지지층의 과표집'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극우 성향을 중심으로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심리가 뭉치고, 이들이 여론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층도 나름대로 뭉쳐있다 보니 '윤석열 대 이재명' 양당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지금 여론조사 응답자 중의 다수는 보수층으로 보인다.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의도치 않게 과표집 되면서 윤 대통령 쪽으로 표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중도층에서도 공수처 수사와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전화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표집했으며, 2024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연령대·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7.8%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llpass@newspim.com 2025-01-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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