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물자 수급 정황...고려항공 3대 선양행
'협력' 통지문엔 묵묵부답...권영세 "간접지원도 검토"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사태에 돌입했지만 우리 측 협력 제안에 여전히 묵묵부답하고 있다. 중국을 통해 물자를 수급받을 수 있는 북한이 우리 측 제의를 쉽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지난 16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6만9510여명의 발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17만460여명이 완쾌됐으며, 6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이로써 누적 발열자 수는 148만3060명, 사망자는 56명에 도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찾아 전국적인 비상방역상황을 현장 지도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 명령'에 따라 평양 시내에 의약품 공급·수송 임무를 맡는 인민군을 투입하는 한편 중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북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3대가 지난 16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 도착해 화물을 싣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항공기에는 코로나19 방역 물자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이 이미 이달 초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와 국경경비대에 접종을 시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대표단이 국경지역 군인의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중국에 긴급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북한과 중국과의 교류 정황은 속속 포착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정부의 방역 협력 제안에는 침묵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방역협력 관련 실무접촉을 제안하는 대북통지문을 발송했지만 아직 북측의 답을 받지 못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남북이 오전 9시 남북연락사무소 개시통화를 정상적으로 진행했지만 대북통지문 및 실무접촉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쉽사리 우리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자력갱생이고 북한 내부에서도 물밑으로 중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북한은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한다고 선언한 이래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면서 "최근까지도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 일색으로 일관해온 북한이 백신이나 방역장비 정도로 우리와 손을 잡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의 직접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수용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 직접 지원이 어려울 경우 국제기구 등을 통한 간접 지원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판단할 것까진 아니다"라며 "아직 수용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지원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직접 지원하지 않게 될 경우 국제기구를 통하거나 민간이 지원하게 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