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등 강남서 신통기획 탄력…모아타운으로 노후단지 탈바꿈
분양가상한제 조정 기대도…"업계 이윤 보장해야 민간건축 활발"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서울시내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 당선인의 주요 부동산 공약인 '신속통합기획'과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국토교통부와 '분양가상한제 완화'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건설사들 부담이 높아졌는데,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완화한다면 민간 건축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2일 오전 6시 개표율 99% 기준 약 258만표를 받으며 59.07%의 득표율을 보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39.21%(약 171만표) 보다 20% 가까이 앞서는 압승에 성공하며 서울시장 4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오늘 업무에 복귀한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역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2022.05.31 kimkim@newspim.com |
◆ 신통기획 탄력…압구정 등 강남 요지 주택공급 늘어날까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연임에 성공함에 따라 그의 주요 부동산 정책인 '신속통합기획', '모아주택·모아타운'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오 후보의 역점 사업이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결정부터 사업인가까지 적극 개입하는 제도다. 통상 5년 걸리던 구역 지정을 2년 이내로 단축하는 등 사업 절차·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앞서 서울시는 신통기획을 적용할 민간재개발 후보지 21곳을 작년 12월 발표했다.
용산구 청파2구역, 성동구 마장동, 동대문구 청량리동, 영등포구 당산동 등이 포함됐다. 이 일대 부동산시장에서는 '신통기획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는 등 시장이 들썩였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추가 대상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신통기획으로 서울 강남 요지에도 주택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신통기획 대상지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의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정비사업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아파트지구 2·3·4·5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현황조사와 건축 기획설계 용역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대상 지역은 4개 구역을 합해 75만㎡에 이른다. 입찰 기간은 지난달 27∼31일이다.
시는 용역업체를 선정한 후 10개월간 건축 기획설계를 위한 기초현황조사를 하고, 건축계획 기본구상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설계 용역은 서울시가 정비계획안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시는 토지이용 및 건축물, 기반시설 현황 등을 분석해 한강변 수변공간과 압구정로 상권활성화 등을 위한 건축기본구상을 마련한다. 또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기획설계를 제시할 계획이다. 기획설계 단계에서는 압구정아파트지구 전체 디자인의 통일성이 유지되도록 할 방침이다.
시는 압구정 외에 대치동, 여의도 등에서도 신통기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여의도 시범, 올해 1월에는 강남구 대치 미도, 4월에 송파구 한양2차아파트 재건축단지에 대한 현황조사 및 건축 기획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또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 3-2구역(천호동 397-419번지, 면적 1만9292㎡) 재개발 계획은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신속통합기획 특별분과 소위원회에서 가결됐다.
신통기획으로 정비구역 지정 심의를 통과한 첫 재개발 사례가 된 것. 이로써 307가구가 살았던 해당 저층주거지가 총 420가구, 최고 23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서울=뉴스핌] 서울 천호동 397-419 일대(천호3-2구역) 재개발 위치도. [자료=서울시] 유명환 기자 = 2022.05.24 ymh7536@newspim.com |
천호 3-2구역은 노후 불량 건축물 비율이 90%를 넘는 단독·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이다. 해당 지역 정비계획안은 2019년, 2020년 두 차례 시 도계위에 상정됐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저층주거지 재개발의 걸림돌이었던 '2종‧7층'(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 규제 영향이었다.
하지만 작년 5월 서울시가 신통기획, 2종7층 규제완화 등을 골자로 한 '재개발 6대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한지 1년 만에 심의를 통과했다.
재개발 6대 규제완화방안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신속통합기획 전면도입 ▲주민동의율 민주적 절차 강화 및 확인단계 간소화 ▲재개발 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 지정 ▲'2종 7층' 규제완화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다.
이에 따라 천호3-2구역은 2종 일반주거지역 수준으로 상향된 기준용적률(190%)을 적용받고, 공공기여 등에 따른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아 최종 용적률 215.4%, 23층의 주거단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 모아타운으로 노후 주택단지 탈바꿈…면목동 화려한 변신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도 서울에서 더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아주택(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소규모 필지를 보유한 토지주들이 모여 공동주택을 짓도록 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예컨대 소규모 토지주 4~6가구를 통합개발하는 방식이다. 사업지가 일정 면적 이상이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서 주택공급을 확대한다.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은 블록단위 '모아주택'을 확장한 개념이다. 신·구축 건물이 혼재돼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역을 한 그룹으로 묶어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사업이다.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지역 내 필요한 공영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모아주택' 정비방식을 활용해서 다가구·다세대주택 소유자들이 적정 필지 규모(1500㎡) 이상의 중층 아파트를 개발하게 된다. 노후도, 용적률 및 층수 완화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또한 공공의 예산 지원으로 지역 내 부족한 공영주차장, 공원 등 기반시설을 적극적으로 조성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서울시는 ▲강북구 번동(5만㎡) ▲중랑구 면목동(9만7000㎡) 2개소를 모아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중랑구 면목동은 노후 다가구‧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 면목역과 전통시장이 있지만 주차장 부족 등으로 생활여건이 열악하다. 현재 6개 가로주택정비사업(1~6구역)이 개별적으로 진행 중인데 서울시는 이 6곳을 합쳐 '모아타운'을 진행하고 있다.
면목동 모아타운 사업이 완성되면 가장 큰 변화는 주차대수, 녹지면적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면목동 일대는 면적이 9만㎡ 내외지만 주차 가능대수는 500대 정도다. 골목길도 좁아서 이웃간 주차문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아타운이 다 지어지면 1400대까지 지하 2층 규모로 공영주차장이 들어간다.
지금은 1% 정도인 지상 녹지공간도 15% 정도로 늘어난다. 주차 가능대수가 3배 이상, 녹지면적이 10배 이상 늘어나 생활여건이 한층 쾌적해지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2.04.14 sungsoo@newspim.com |
◆ 분상제 조정 기대도…"업계 이윤 보장해야 민간건축 활발"
또한 오 당선인은 향후 국토교통부와 '분양가상한제 완화'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건설업계 부담이 높아진 만큼 민간건축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수년 전부터 '분양가상한제'로 주택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들은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가를 높게 못 받는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재건축 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야 해서 부담이 높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탓에 건설사들이 수도권 알짜 정비사업장에서 철수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는 공사비 갈등으로 지난 4월 15일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2020년 6월 5600억원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었는데, 새 조합 집행부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서 벌어진 갈등이 공사 중단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시공사업단은 오는 7월까지 이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모두 해체할 계획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4786가구로 총 가구수의 39.7%를 차지해 청약자들 관심이 높다. 둔촌주공이 분양을 하지 못하면 강남권 공급물량은 크게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같은 사업장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대형건설사들은 철근·레미콘 가격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올해 철근·레미콘 가격이 전년대비 평균 10% 상승할 경우 대형건설사들의 올해 영업이익도 10%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2628억원)는 종전보다 11.8% 감소한다. GS건설(7343억원)은 7.3%, 대우건설(7597억원)은 6.9%, DL이앤씨(8704억원)는 3.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대형사보다 손실에 취약한 중소건설사들은 자재비 인상으로 더 큰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서울 주택공급을 위해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풀어줘야 된다는 것이 오 당선인의 주장이다.
그는 후보였던 지난달 20일 오전 KBS1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건축 자재값과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를 조정해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줘야 민간 건축이 활발해진다"며 "그런 미세조정을 국토부와 잘 협의해 맞춤형 정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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