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
정진석 겨냥 "저를 안 때리면 되는 것"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우크라이나 방문 후 귀국을 앞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혁신위원회 출범을 공청권 경쟁으로 승화시킨 것은 당권을 노리는 분들"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당내 최고참 중진(5선)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친윤계 좌장' 정진석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최근 두 사람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출범과 공천 시스템 개혁을 두고 갈등이 증폭된 모습을 보여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정진석 의원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2022.06.01 kilroy023@newspim.com |
이 대표는 전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고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YTN 뉴스Q와 전화 연결을 해 "우크라이나를 가는 것도, 우크라이나가 전쟁 지역이고 여행 허가가 필요한 데 외교부나 대통령실과 상의를 안 하고 왔겠는가. 정 의원이 그간 사정을 모르고 지적한 것 같다"고 맹폭했다. 정 의원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자기 정치'라 비판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이날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정치 선배의 우려를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며 "새 정치의 기수로 기대했던 그가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 덮어씌우기에 나섰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 출범도 준비해서 필요한 사안을 다 마무리하고 왔고, 광주에 가서도 광주시민들께 역대급 득표에 감사인사를 하고 했다"며 "선거를 이기고 국제 사회에 필요한 연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왔는데 뭘 해야 한다는 건가. 우크라이나에 갈 때가 아니라면 지금 무엇을 할 때인지 역으로 제시하라"는 목소리도 높였다.
이와 함께 "제가 먼저 뭐라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저는 가만히 있으면 공격을 받은 다음에, 최소한의 공격을 하면 왜 분란을 일으키냐고 한다. 저를 안 때리면 되는 것이다"라고 정 의원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에서 우크라이나 의원들로부터 받았다며 '육모방망이 모양' 철퇴 사진을 올린 것과 관련해선 "정 의원을 당연히 겨냥한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 대표는 "당내 정치에 있어선 적당히 해야 하는 것이다"라면서 "우크라이나에 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왜 이런 지적들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이 어떻고 선배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할 거면 당대표도 나이 순으로 뽑자"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두 사람의 갈등을 놓고 국민의힘이 선거를 연승하고도 당권경쟁이 빨리 시작됐다. 공천권 문제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해서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에게 혁신위를 다뤄달라고 이야기한 것뿐이다. 선제적으로 '이준석이 공천권을 노린다'는 이야기 자체가 그분들 머릿속에는 공천뿐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당을 혁신하자' 그래도 '내 이야기네'해서 (찔리는 사람들이) 뛰쳐나온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제가 만약 권력을 사유화하려 했으면 지선 공천위원회를 장악하지 왜 혁신위원회를 장악하는가"라면 "저간 사정을 다 아는데 (저더러) 당을 사당화한다는 건 말 그대로 '이준석이 하는 것은 다 싫어'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돌아오면 정 의원을 직접 만날 생각이 있는가'란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이와 함께 "제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정 의원이 윤핵관을 대표하는지는 모르겠다"며 "저도 피상적으로 언론을 통해 정 의원의 반응을 접한다. 언뜻 보면 되게 외로워 보인다. 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24일 성비위 의혹을 다룰 윤리위원회 결정이 예고된 데 대해서는 "저는 윤리위를 개최 할 거면 공개로 하자고 이야기했다"며 "이 사안에 대해 윤리위가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애초에 이런 질문 자체가 끝없이 나오게 해서 당대표에 대해 대중적이고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