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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바느질 채색 동양화'로 주목받는 김순철..."꽃으로 피운 열망의 에너지"

기사입력 : 2022년06월09일 07:50

최종수정 : 2022년06월09일 11:04

22일까지 부산 삼정갤러리에서 개인전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그녀의 화폭에는 꽃이 피어난다. 엄청나게 큰 꽃 단 하나다. 그러나 그 꽃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심상(心像)의 꽃이다.

한지(韓紙)에 바느질로 수를 놓고(繪繡) 그 위에 꽃이나 의자, 달항아리 등을 앉히는 독특한 동양화 작업을 하는 동양화가 김순철(1965-)의 개인전 <I, WISH>가 부산 삼정타워 8층 삼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6월 3일 시작한 이 전시는 22일까지 계속된다.

사실 김순철의 작품들은 지난 KIAF나 '화랑미술제' 아트페어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순철 작품들은 매우 개성적이면서도 뚜렷한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박한 전통 한지에 꼼꼼히 바느질을 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작업 방식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작품 세계는 오랜 고민과 훈련의 결과물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215_ 130x130cm_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2) 2022.06.09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140. 130x130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1) 2022.06.09 digibobos@newspim.com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기 우리나라 동양화단에서는 젊은 화가들 중심으로 평면적이고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려는 실험이 왕성하게 일어났다. 김순철도 그런 흐름 속에서 전통적 동양화의 오래된 틀에서 뭔가 새로움을 창출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화학적인 실험보다는 물리적인 실험에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바느질과의 결합이었다.

바느질은 매우 한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작업이다. 이는 서양의 자수와도 다르다. 우리 전통 복식에는 바느질로 모란이나 학 등의 그림을 넣었다. 따라서 바느질에 의한 그림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 이전의 그림이다. 바느질 자체가 그림이 된다. 따라서 바느질과의 결합이야말로 매우 탁월한 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김순철은 1997년부터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는 '회수(繪繡)' 작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1998년 전시회에 이렇게 만든 작품을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돌아온 건 선배나 스승들로부터의 꾸중이었다. 왜 멀쩡한 바탕에 구멍을 뚫어 훼손하느냐는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사실 한국화에선 바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 그리기는 흰 바탕을 마련한 뒤에 할 일이다." 《논어(論語) 제3, 팔일 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이 말이 동양화에선 '바탕을 갖춘 뒤에 꾸밈을 더해야 한다. 바른 바탕을 갖추지 않고 겉모습만 꾸미려 든다면 결국 얼마 못가 추한 몰골이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로 통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바탕에 바느질을 하는 행위가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순철은 바느질 작업을 그만 둘 수 없었다. 바느질은 일종의 마음을 다잡는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바느질로 모질고 고된 세상사의 고민을 털어냈다. 투전판에서의 놀음이나 주색잡기에 빠져 돌아오지 않는 서방을 기다라는 기나긴 저녁, 바느질로 시름을 잊고 슬픔을 이겨냈다.

그런데 김순철에게는 바느질이 자기 자신 내면과의 소통이자, 타자와의 연결 통로였다. 실은 끊어진 것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화면의 앞뒤를 왕래하며 겹겹이 쌓여 저부조 형태로 수용적 기호의 형상을 이루고, 그 시간 속엔 이미 지나간 기억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설레임이 공존한다. 실의 집적체로 쌓여가는 한 땀의 바느질은 차마 풀어 떨쳐 버리지 못하는 내밀한 자신과의 소통의 언어이다. 그것은 단순한 행위지만 외연과 오랜 기억속에서 상처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무의식의 내면을 끌어내어 같은 시간상에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한다.

"바느질에서의 뒷면은 나만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 마음 속과 같다. 앞면, 겉면은 밖으로 노출되는 우리의 일상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159_Diameter 90cm_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1) 2022.06.09 digibobos@newspim.com

"한지 위에 바느질. 고단하게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이러저러한 많은 생각들을 동반하게 되고,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깊은 스스로의 잠행에 들게 한다.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행위의 흔적들은 끊임없이 거듭되는 일상의 짧고 긴 호흡이며, 무의식에 감춰지거나 억눌린 상처의 기억들이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지루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드러내는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이 되기도 하며, 섣불리 풀어버리지 못하는 내말한 속내를 삭히는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하다." - 김순철 '작가 노트' 중에서.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원 류철하는 김순철 작업을 이렇게 평론한다. "밀도를 표현하기위해 두터운 한지위에 채색을 가미하기도 하고 도드라진 형상을 문지르며 표현미를 가미하기도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낭만성이 풍기는 한지의 성질 위에 모노톤의 형태미와 질감으로 시간 속에 정지한 공간감, 공간 속에 부여된 시간 의식을 형식실험하고 있다. 대체로 작가의 작업 속에서 화면의 바탕을 이루는 형상층은 존재와 일상을 아우르는 시간으로, 충일하게 형상화된 윤곽들은 시간 속에 부여된 자아의 내면과 공간의식으로 해석하면 흥미롭다. 존재와 일상의 무의미를 되묻고 내면의 시간을 형태화된 감각적 형태미로 규정할 수 있다. 이 순수조형의 탐미가 가져온 조형의 형식실험은 안과 밖, 부재와 실존을 아우르는 반복된 실존증명이면서 화면과 공간을 확장하는 새로운 표현 가능의 발견이다."

그럼 이런 심상의 오브제로 삼은 대상이 왜 꽃이었을까. 처음부터 꽃은 아니었다. 김순철 초기 작업에는 항아리나 그릇이 주조를 이루고 꽃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우연찮게 2003년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 항아리를 오브제로 한 회수 작품을 내놓았다. 그냥 추상화는 설득력이 없을 것 같아 선택한 오브제였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이후 한동안 항아리가 작품의 주된 대상이 됐다. 그러다가 2007년부터는 꽃이 대부분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213. 130x130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2) 2022.06.09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233_ 70x70cm_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2) 2022.06.09 digibobos@newspim.com

"많은 분들이 묻는다. 무슨 꽃이냐고. 그러나 이 꽃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 마음의 꽃이다. 어느날 밭의 배추들을 보게 됐는데, 내 눈에는 그게 꽃으로 보였다. 땅에서 잎사귀들을 온통 펼치고 피어나는 것은 배추의 몸부림이다. 종족 번식을 위한 희열의 행위이자, 일종의 절규다. 그런 배추들이 내게는 꽃보다 훨씬 꽃다운 형상으로 다가왔다. 배추 그 자체가 최고의 절정이자, 열락에 흔들리는 꽃의 기호, 상징이다."

그래서 김순철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색상과 크기만 다르지, 꽃 모양은 거의 동일하다. 마음 속의 꽃이라서다. 그런데 그렇게 동일한 모습의 꽃을 나타내는 게 사실은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다. 또 꽃의 끝부분은 보통의 꽃처럼 뭉글하지 않고 뾰족하게 나와 약간 흐트러져 있다. 바로 환희의 절정의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김순철은 이러한 꽃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의 열망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김순철은 요즘 그리는 꽃은 보라색이 많다. 보라색은 올해 처음 그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작업실의 김순철 작가 2022.06.09 digibobos@newspim.com

"작업을 하다 보니 보라의 기운에 매우 마음이 좋아진다. 보라에도 청보라, 붉은 보라 등 수십 가지가 있는데, 파동과 에너지가 다 다르다. 앞으로 모든 색깔로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김순철은 앞으로도 꽃과 의자, 항아리, 접시를 오브제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추상적 풍경화는 앞으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들 오브제는 무엇인가 좋은 기운이 담기길 바라는 상징적, 수용적 기호다. 꽃 역시 간절한 열망의 에너지가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의 형상이다. 그의 작품명이 모두 'About Wish'인 것도 그러한 연유다.

김순철은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했고,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을 비롯해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천안시립문화재단 등 다수의 곳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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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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