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김용태·박민영, 이준석 공개 옹호
중진·주류의 反이준석 분위기 정서 커
2024년 총선 공천권 쥔 차기 당권 교체가 목표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당내 최다선(5선) 정진석 의원 간 갈등이 격화되며 국민의힘 내에서 '신진·청년'과 '중진·주류' 세력 대결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첫 교섭단체 30대 당대표로 당선됐지만 여전히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고 있고, 정 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대부터 '친윤'(친윤석열계)로 거듭나며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출범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출장 등으로 시작한 갈등 초기에는 이 대표와 정 의원 두 사람의 갈등이었지만 이제 '세(勢)'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6.01 kilroy023@newspim.com |
대표적으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싣는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국민의힘 내 청년 세력으로 분류된다
소수파인 신진 세력과 달리 중진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물밑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비토 정서가 강하게 흐르고 있는 분위기다.
천하람 위원장은 연일 대외적으로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놓고 있다. 7일 혁신위 출범과 우크라이나 방문 등 이 대표의 최근 행보를 놓고 당내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슈 주도를 잘해 나가는 게 이 대표의 능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는 이 대표의 이런 이슈 주도권이 도움이 되니까 쪽쪽 빨아먹다가, 선거 끝나고 나서는 '아, 너무 자기만 주목받는 거 아니야' '자기 정치하는 거 아니야'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9일 혁신위 출범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여전히 소수여당인 우리가 2024년도에 예정된 총선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과 쇄신을 통해 미리부터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며 "당을 혁신할 더 좋은 방법이 있으시다면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혁신안을 소개해달라"고 말했다.
박민영 대변인은 "'어른'이라는 궁색한 권위를 앞세워 젊은 대표를 찍어 누르려 드는 것은 자칫 당 전체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크나큰 실책"이라며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부정적 인식까지 덧씌워질 수 있다. 어른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에 앞서 어른스러운 포용력과 개방성을 보여주시라. 이상 '젊은' 대변인의 짧은 생각이었다"라고 평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02 kimkim@newspim.com |
국민의힘 주류 세력에서는 이 대표의 우크라 행보, 혁신위 출범이 전부 이 대표의 '자기 정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 출범, 우크라 방문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건 오는 24일 이 대표의 성비위 관련 윤리위가 열리니 그 전에 '방탄용'으로 열심히 활동 중인 것"이라며 "당내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왜 갑자기 우크라에 가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PK(부산·울산·경남)을 지역구로 둔 한 중진 의원실 측은 "윤핵관들이 윤리위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결정 짓게 할 거라고 들었다"며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윤리위를 진행해서 다른 이슈들이 나오기를 바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최근 행보로 인해 이준석계라는 오해를 받자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의원실의 보좌진은 "이준석계라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의원은) 어느 계파에 소속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면서도 "이 대표는 올해까지 못버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경쟁 배경에는 내년 6월 예정된 차기 당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평가다. 1년 임기를 채우고 1년이 더 남은 이 대표를 당 밖으로 몰아내고 조기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세력을 당 대표에 앉히고자 하는 것이 주류 세력의 목적이라는 의미다. 차기 당대표는 오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가진다.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안철수, 주호영, 김기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곧이 곧대로 물러날 수 없는 입장이다. 자신의 임기 도중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를 모두 승리한 성과를 얻었음에도 당내서 인정 받거나 세력을 크게 확장하지 못해 조용히 물러날 수 없는 것.
한편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고려해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이 대표와 정 의원의 갈등에 대해서 "양측이 혁신을 둘러싼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당내 구성원의 의견 제시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고 환영하는 바다"라면서도 "논의 자체가 양측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이제는 서로가 할만큼 의견 제시를 했기 때문에 당을 위해서, 당원들의 의견 받들어 이제는 더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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