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배달 호황' 누린 버거업계, 줄줄이 매물로
최대 매출 경신 등 몸집 키웠지만...경쟁도 심화
경기침체 우려 늘자...본사 '몸집줄이기 일환' 분석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KFC, 버거킹에 이어 맥도날드까지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자진 상장폐지를 단행한 맘스터치도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프랜차이즈업체들이 높은 몸값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A시장 분위기가 전년 대비 가라앉은데다 곡물, 유지류 등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외식업계 성장세에도 의구심이 따르고 있어서다.
◆작년 최대 매출올린 맥도날드도 매물로...버거킹·KFC·맘스터치 등 각축전
16일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한국맥도날드 사업을 양수할 파트너 찾기에 돌입했다.
현재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한국맥도날드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1986년 국내 자본과의 합작투자로 한국에 진출했지만 2006년 미국 본사가 지분 전량을 사들인 바 있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 진출한 맥도날드는 80개 이상 국가에서 전락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일본,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11개국에서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리아 '더블 핫크리스피버거', 맥도날드 '트리플 치즈버거' [사진=각 사] |
맥도날드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도 현지 사업자에 사업총괄을 맡기고 본사는 로열티만 받는 '전략적 파트너십'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려는 구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2016년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에 지분 매각을 포함한 사업권 양도를 추진했다 무산된 이후 6년 만의 재도전이다.
한국맥도날드 사업 운영권이 매각될 경우 추후 가맹점 비중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맥도날드 전체 매장 가운데 직영점 비중은 70% 수준이다. 그간 한국맥도날드는 가맹점을 모집을 중단하고 직영점 중심의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최대 매출을 올린 지난해에도 278억원의 영업손실 내는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 중심의 운영방향 재편을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한국맥도날드가 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프랜차이즈 인수합병(M&A)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는 버거킹, KFC 등 다수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매물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앞서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버거킹의 한국 및 일본 사업권을 매각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KFC를 보유한 KG그룹도 올 초 삼정KPMG를 고용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산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도 매각 준비에 돌입했다. 맘스터치 최대주주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지난달 코스닥 시장 상장폐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매각 주관사 선정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밀·유지류 등 원재료값 고공행진에 경기침체 우려...높은 몸값은 '글쎄'
국내 햄버거 시장은 2020년 약 2조96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대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에 따른 배달 호황으로 덩치를 키운 버거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엔데믹에 돌입한 올해를 '매각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맥도날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9.7% 신장한 8679억원으로 국내 시장 진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7% 늘어난 6784억원, 맘스터치는 전년 대비 29.7% 증가한 301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KFC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6.3% 늘어난 209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진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높은 몸값'을 받기는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대비 M&A시장 분위기가 대폭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또 곡물, 유지류 등 글로벌 식재료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외식업계 성장세에도 의구심이 따르고 있다. 고든램지버거, 파이브가이즈, 오바마버거 등 외국계 프리미엄 버거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면서 버거시장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의 매각 행보를 놓고 경기침체를 고려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아시아 시장 등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서구 기업들의 공포가 유독 높게 감지되고 있고 밀, 유지류 등 농산물 비중이 높은 외식업의 선호도도 최근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돈을 벌기위한 공격적인 거래보다는 비용, 몸집을 줄이기 위한 '불황형 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헀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