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무부·국정원 회의…법원 화해권고 수용
한동훈 "'줬다 뺐는' 과정 생겨 국민 억울함 해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정부가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창복(84) 씨에게 초과 지급된 국가배상금 환수와 관련해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여 약 10억원의 이자를 면제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2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이노공 차관 주재 하에 법무부(승인청), 서울고검(지휘청), 국가정보원(소송수행청) 관계자가 참여한 초과지급 국가배상금 환수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재판부의 화해권고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천=뉴스핌] 백인혁 기자 =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법무부의 모습. 2020.12.03 dlsgur9757@newspim.com |
법무부는 예측할 수 없었던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초과 지급된 국가배상금 원금 외에 다액의 지연이자까지 반환토록 하는 것은 국가의 잘못을 배상한다는 국가배상의 취지와 정의관념·상식에 비춰 가혹할 수 있는 점, 국가채권관리법상 채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없는 부당이득반환의 경우 원금상당액을 변제하면 지연손해금을 면제하는 것이 가능한 점, 재판부의 종국적 분쟁해결 노력 존중 필요성, 관계기관 회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씨는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8년간 옥살이를 했고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후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2009년 정부로부터 손해배상금과 이자 등 약 11억원을 가지급받았다.
이후 대법원은 2011년 지연손해금 산정 기산점을 '불법행위 시'가 아닌 '사실심 변론종결 시'로 봐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국가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유죄판결 확정일(1975년 4월)이 아닌 국가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변론종결일(2009년 11월)을 기준으로 계산해 이씨의 배상액을 감축했다.
정부는 이씨를 상대로 초과 배상금 약 5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이씨가 반환 원금 5억원을 갚지 못하자 이씨 소유 자택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결국 이씨는 2019년 5월 국가의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고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9부(남성민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이씨가 올해 말까지 5000만원, 내년 6월 말까지 4억5000만원 등 원금 5억원을 분할 상환하면 지연손해금 9억6000만원은 면제하는 내용의 화해권고안을 제시했다.
화해권고 결정은 판결에 이르기 전 재판부가 양 당사자의 이익을 고려해 합의를 권하는 것으로 당사자가 2주 내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당시 정부는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냈으나 이날 화해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날 결정과 관련해 "이 건 배상 진행과정에서 국가의 실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지급 이후의 판례 변경이라는 이례적 사정으로 이른바 '줬다 뺐는' 과정이 생겼고 국가배상으로 받을 돈이 6억원인데 토해 내야 할 돈은 15억이 돼 그대로 방치하면 해당 국민이 억울해 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오직 팩트, 상식, 정의의 관점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 진영논리나 정치논리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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