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방안 적용 후 첫 시험, 개선 의미 없어"
"수능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 출제 안될 수도"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지난해 사상 초유의 수능 문항 출제 오류 사태 이후 개선책을 내놨지만,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또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서 책임론이 일고 있다.
평가원 등이 마련한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제도 개선안'을 적용한 첫 번째 모의평가임에도 불구, 출제 오류가 발생한 것은 총제적인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발표된 출제 수능 출제 개선방안이 일부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교육부 제공] 소가윤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지구과학Ⅱ 14번 문항. 2022.06.21 sona1@newspim.com |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문·이과 통합형으로 처음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에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6월 모의평가 지구과학Ⅱ 14번에서도 문항 오류가 발생했다.
이날 평가원 측은 접수된 이의신청에 대해 관련 학회 자문,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심사 등 해당 절차를 거친 결과 지구과학Ⅱ 14번 문항의 경우 '정답 없음'으로 판정하고 모두 정답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 수능 생명과학Ⅱ의 문항 출제 오류 이후 약 7개월 만에 치러진 6월 모의평가에서 또 다시 오류가 발생했다는 점에 있다. 출제 기관인 평가원의 개선 방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수능 생명과학Ⅱ의 문항 이의신청이 접수되자 평가원은 자체 검증을 거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은 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법원이 해당 문항 오류를 인정하면서 해당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6515명은 전원 정답으로 인정받았고 수험생들은 사상 초유의 '빈칸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수시모집 일정도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강태중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수능 출제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논란에 평가원은 지난 3월 2023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출제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과학탐구 영역 검토자문위원을 현행 8명에서 12명으로 확대했다.
전체 출제기간도 기존 36일에서 38일로 늘리기로 했다.
이의심사제도도 정비해 1차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서 이견·소수의견이 있으면 새롭게 2차 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이의심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과 다르게 위원장도 외부에서 위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9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 지구과학Ⅱ에서 또다시 출제 오류가 발생하자 평가원의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의심사 제도를 반영한 첫 출제라서 문제가 없을 거라던 것이 평가원의 입장이었다"며 "내부 점검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고 개선 후 첫 시험인데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은 제도 개선 의미가 없어졌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류 문항이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이의심사 과정까지 간 것은 큰 문제"라며 "다만 검토 단계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의신청 심사 및 결정 과정은 정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6월 모의평가는 재수생이 참여하고 점수 결과로 지원 가능 대학을 예측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여전히 통합수능 때문에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운데 모의평가에서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수험생들의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사태로 평가원이 실제 수능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데 소극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과학탐구Ⅱ 과목을 많이 응시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출제 오류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 과정에서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제도 개선방안'의 적용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출제 단계마다 학문적 엄밀성과 문항의 완성도를 점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sona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