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 전 직원이 도면 반출, 中 수출용 장비에 사용
"세메스 영업비밀 불법 취득·활용…재산상 위험 초래"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SEMES)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취득해 중국 수출용 반도체 장비 개발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 책임자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반도체 장비업체 A사 공정그룹장 B씨에게 징역 1년6월, 공장장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도체 칩 [사진=뉴스핌 DB] |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사 협력업체 대표 D씨와 기술유출에 가담한 세메스 전 직원 E씨도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범행에 가담한 A사 직원과 협력업체 임원들에게는 각 징역 4~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앞서 B씨 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세메스가 201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세정장비 도면 등 반도체 관련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취득해 중국 수출용 반도체 장비 개발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로부터 세메스의 초임계 세정장비 개발을 의뢰받자 세메스 협력업체 근무 경험이 있는 D씨와 세메스 직원 E씨로부터 관련 도면을 제공받아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E씨는 2019년 3월 퇴사하면서 도면 파일 500개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무단 반출해 업무상배임 혐의도 받는다.
주 부장판사는 이들이 공모해 세메스에서만 만들 수 있는 초임계 세정장비에 관한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사용했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B씨 등이 정상적인 절차나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던 세메스의 산업기술을 A사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D씨 등을 통하거나 A사 임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삼성전자와 세메스 측 사람들로부터 취득한 것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사용해 취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주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세메스가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첨단기술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활용함으로써 세메스에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끼칠 위험을 초래했다"며 "특히 E씨는 세메스 재직 중일 때부터 범행에 가담했고 다른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서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이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와 검찰이 확보한 증거자료의 내용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 피고인들을 법정구속하거나 보석허가결정을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A사는 세메스 외에도 SK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 제조 및 세정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같은 법원 형사합의25-3부(박사랑 박정길 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을 받고 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