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개 한정 수량 두달째 절반만 팔려
오픈씨 등 2차 거래 불가능해 투자가치↓
60초짜리 단순 동영상, 소유자 혜택 부족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올 상반기 유통가 히트상품 중 하나인 롯데그룹의 '벨리곰'이 NFT 시장에서는 외면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이 300개 한정으로 내놓은 NFT 상품이 완판 달성에 실패한 것은 물론 판매율이 절반 정도로 저조했다. 2차 거래가 불가능해 투자가치가 없고 구매자들이 얻을 수 있는 실물혜택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19일 롯데홈쇼핑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롯데홈쇼핑이 300개 한정으로 내놓은 벨리곰 NFT의 판매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현재 벨리곰 NFT 판매 개수는 184개로, 한정 수량의 절반 조금 넘게 판매되는데 그쳤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푸빌라 NFT'가 1초 만에 1만개가 '완판'된 사례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 설치된 '벨리곰' 앞에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2.04.05 kimkim@newspim.com |
벨리곰은 지난 2018년 롯데홈쇼핑이 MZ세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몰래 카메라 콘셉트의 영상 콘텐츠로 유명세를 탔고, 자체 유튜브(채널명 벨리곰TV) 구독자는 53만명이 넘는다. 지난 4월 높이 15m의 초대형 벨리곰이 전시된 롯데월드타워 메인광장에는 2주 만에 200만명이 넘는 방문자가 다녀가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상반기 히트상품으로 '벨리곰'을 꼽는 경우도 있었다.
벨리곰이 온오프라인의 인기와 달리 NFT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이유는 우선 현재 투자 자산으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벨리곰 NFT는 롯데홈쇼핑이 새로 마련한 'NFT샵'에서 구매할 수 있다. 원화로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은 있지만 2차 거래가 불가능한 구조다. 거래 시가로 3000만원 넘게 거래된 '푸빌라 NFT'의 경우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Opensea)에서 암호화폐로 2차 거래된 사례다.
같은 이유로 현재 롯데홈쇼핑의 NFT샵의 판매율은 전체적으로 저조하다.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의 NFT는 50개 한정을 발매했지만 현재 판매는 9개에 그쳤다. 가격은 10만원이다.
구매자에게 돌아오는 실물 혜택이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벨리곰 NFT는 동물 캐릭터 연작작업으로 유명한 조각가 노준 작가와 협업한 60초 3D 영상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인에게 10초만 공개된 영상을 구매자에게는 60초를 모두 공개한다. 판매가격은 6만원이다. 이 외 롯데홈쇼핑을 비롯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월드 등 롯데 계열사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없다. 푸빌라 NFT의 경우 등급별로 신세계백화점에서 발렛주차나 식사권 등을 제공한다.
벨리곰 NFT 구매 현황[사진=롯데홈쇼핑 NFT샵 갈무리] |
NFT 구매자를 대상으로 벨리곰 피규어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지만 배송서비스 없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왕에 위치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서만 진행해 지방 구매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NFT 업계에선 단순 동영상을 NFT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NFT란 말 그대로 대체불가능 토큰(non-fungilble token)으로, 그림이나 음악, 영상에 복제할 수 없는 고유자산을 일련번호로 부여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NFT의 가치가 매겨지는 셈이다. 하지만 벨리곰 NFT의 구매 후기에는 고유식별 데이터 조차 없어 이를 NFT로 볼 수 없다는 원성이 눈에 뛴다.
롯데홈쇼핑이나 롯데그룹 차원에서 보유 NFT를 가지고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구매자는 "영상이 몇 번째 인지도 모르고 로드맵이 있을까 구매했는데 홀더에게 혜택도 지속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며 "오픈씨랑 연결한다는데 일정도 없고 롯데에서만 볼 수 있는 NFT가 될 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측은 "NFT샵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NFT 콘텐츠영역을 다양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연내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Opensea)'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