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21일 회의서 50bp 인상 논의 급물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11년 만에 첫 금리인상과 함께 예고했던 것보다 더 큰 폭인 50bp 빅스텝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 속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달러 대비 등가 밑으로 떨어졌던 유로가 상승 지지를 받을지, 또 그에 따라 달러 강세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빅스텝으로 인플레 파이팅 따라잡자"
지난달 회의에서 ECB는 이달 기준 금리 25bp(1bp=0.01%p) 인상을 예고했었고, 50bp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며 유럽이 미국보다 더 심각한 경제 상황을 마주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50bp 인상이라는 빅스텝 논의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하며 이달 ECB가 기준 금리를 50bp 인상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6% 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ECB가 물가 잡기라는 전 세계적 추세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1994년 이후 처음으로 75bp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취했고, 같은 달 스위스 중앙은행도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50bp 인상 조치를 취했다. 또 지난주에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주요국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bp 인상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 눈길을 끌었다.
픽텟 자산운용 거시경제 리서치 대표 프레드릭 두크로젯은 "50bp 인상 근거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ECB가 진작 빅스텝을 취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빅스텝 자체보다는) 그 타이밍과 시장과의 소통 방식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유로 반등, 강달러 열기 식힐까
한편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심화됐던 유로화 약세 흐름은 ECB의 긴축 강도에 따라 반등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유로존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지난주 유로화는 한때 0.999 달러까지 내려가면서 20여년만에 처음으로 패리티(등가)를 하회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유로화 가치는 2.3% 정도 빠졌다.
하지만 간밤 유로/달러 환율은 ECB가 빅스텝을 논의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0.75% 오르며 한 달 사이 가장 강력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20일 오전 아시아 거래에서도 유로화는 1.0239달러 수준에 거래되며 0.2% 가까이 추가 상승 중이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 외환 전략가 캐롤 콩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1'이 정기 점검을 마치고 예정대로 공급을 재개할 것이란 소식도 간밤 유로화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유로/달러 하방 리스크도 여전하다면서, ECB의 긴축 기조가 유로화에 장기적 지지요인은 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월가 전망 역시 유로화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TD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유로화 강세 없이 달러를 끌어내리기 어려운데 지금은 유로화가 매우 고통스러운 구조적 변화 한가운데 있어 달러 약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패리티가 깨진 유로화가 0.85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안다 애널리스트 에드 모야 역시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0.02%p 정도 추가 하락할 수 있어 달러 강세가 조금 더 지속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