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10일 뉴스핌과 인터뷰
"만5세 초등입학, 현장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
"반도체 인재양성 정책, 서울-지방 격차만 벌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금 차관의 말은 만5세 초등입학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다 받아들여도 되는 것입니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 입에서는 지난 보름간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초등입학 연령 하한 추진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나왔다. 이같은 답변을 이끌어낸 건 여야 두루에서 '교육 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유기홍 교육위원장이었다.
유 위원장은 지난 10일 뉴스핌과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국회 교육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10 kilroy023@newspim.com |
◆ "윤석열-박순애 두 문외한이 대형 사고…정책 수립 과정 복기해야"
인터뷰는 만5세 초등입학 문제부터 시작했다. 학부모 단체가 들고 일어날 정도로 사회 논란이 격해졌던 사안. 유 위원장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절차상 하자를 꼽았다.
그는 "참 놀라운 건 이 문제를 가지고 당정협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지 여당 의원들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며 "여야를 떠나 실제로 정책을 실시하려면 초중등교육법도 개정하고 국회에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국회하고도 일체 소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두 교육 문외한이 마주앉아 대형사고를 친 것"이라며 "교육위에서 교육부가 대통령실과 당연히 사전협의를 했다고 답했는데, 그렇다면 그 누구도 이 문제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현실적인 제도 미비 문제도 꼽았다. 유 위원장은 "2025년까지 돌봄 시스템을 완비하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지금 이 정도 준비가지고는 완비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1996년부터 희망하면 만5세에 입학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0.1%의 학생 정도만 만5세에 입학을 할 정도로 현장에서 실패한 정책을 아무런 준비 없이 시도하려고 했다"고 꼬집었다.
교육위에서는 장 차관의 발언 말고도 주목을 끌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업무보고에서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전언으로 보이는 메모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해당 메모에는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유 위원장은 "자꾸 얘기해봤자 점점 더 창피해지니 거론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참 웃기는 발상이다. 어떻게 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될 문제에 대해 가능하면 거론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느냐"며 "교육비서관도 전혀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정책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복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후에도 이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대통령이 빨리 하라고 지시를 할 정도의 정책이라면 상당한 토론과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해명을 '토론 과정에서 나왔다'고 하다니 말이 되느냐"며 "교육부를 위해서라도 이번 과정은 투명하게 복기해서 되돌아봐야 이런 실패를 안 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해 열린 학부모 단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08.02 yooksa@newspim.com |
◆ "尹 교육관, 걱정스러워…교육은 개혁 대상 아니다"
유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저출생이 심각해지면서 초중등 교육 예산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유 위원장은 "유아교육과 초중등 교육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잘라서 대학에 지원하자는 게 공약에도 있었는데, 교육부 차관보가 기획재정부 출신"이라며 "여기에는 교육 예산을 건드리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예산이 OECD 평균을 훨씬 넘어섰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통계의 마술이 있다"면서 "아직도 학급당 학생수가 OECD 평균보다 많고, 40년 이상 된 건물이 전국에 8000동이 있어서 학교 공간 혁신에 앞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군 정예화를 위해서 군인 수를 줄이는데 그렇다고 해서 국방예산을 줄이자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장병 수를 줄이지만 현대전에 맞는 F35A도 사고 항공모함도 만들고 하는 것처럼 교육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을 시키기 위해 교육예산이 필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은 "우리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동안 이게 왜 안 됐는지 원인 분석을 하고 정책을 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반도체 인재 양성론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가 제시한 근본적 문제는 지방 대학들의 인력난이다. 아무리 이름난 교수를 데려와도 궁극적으로는 서울권으로 가기 때문에 서울과 지방간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북대 총장님이 저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한번 얘기하신 적이 있어요. AI쪽에 전문성을 가진 어느 교수 한분에게 굉장히 오랫동안 공을 들였지만, 결국 수도권 대학으로 가더랍니다. 전북대는 소위 거점 국립대학 아닙니까. 전북대만 해도 교수 확보가 어려운데 지방 사립대 같은 데는 말할 것도 없죠. 상황이 그래요."
유 위원장은 '지역혁신사업(RIS)'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RIS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도입된 것으로, 권역별로 거점국립대학과 사립대학, 전문대학,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하나로 묶어 그 안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RIS를 구성해 여기에만 지원을 해줘야 그 지역 학생들이 다른 데로 안 빠져나가고 전반적인 생태계가 갖춰진다"며 "그래야 반도체 학과를 만들 때 교수와 학생 모두가 확보된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만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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