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연준 긴축 줄타기 속 다음주 잭슨홀 주시해야"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월가 이목이 집중됐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가운데, 금융시장은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과했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와 관련한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만큼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며, 오는 9월 금리 결정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다음주로 예정된 잭슨홀 심포지엄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긴축 지속' 너무 간과했나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서 연준 참가자들은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도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경제를 둔화시키기에 충분히 높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이들은 금리 인상 속도와 향후 통화 긴축 정도는 경제 지표와 전망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어 어느 시점에는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금리 속도 조절이 언급됐다는 소식에 장중 저점에서 회복하긴 했으나 긴축 지속 가능성에 다시 포커스를 맞추며 전반적인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0.5%,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25% 각각 하락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8949%로 소폭 하락했고 2년물 수익률도 3.2806%로 내려왔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지수는 0.04% 내려 약보합에 머물렀다.
이미 알려진 7월 연준 회의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의사록이 공개됐는데도 증시가 하락한 것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증시 참가자들이 지난달 금리 결정 당시 '덜 매파적인(less hawkish)' 연준 전망을 너무 성급하게 반영했음을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달 연속 75bp 인상 결정이 내려졌던 지난달 28일 뉴욕증시는 인상 폭이 100bp는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연출했고, 이후에도 인플레이션 정점을 시사하는 물가 지표와 경제 지표들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적극 반영하며 위험 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겼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의사록에 경기 둔화에 대한 언급이 다수 등장한 것을 두고 완화 선호(도비시) 쪽에 가까웠으며, 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판단했기에 국채 금리가 내리고 증시도 저점서 반등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코너스톤 자산운용 선임 투자분석가 션 반다지안은 이번 의사록 내용이 다소 도비시했으며, 9월 75bp 인상보다는 50bp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8월 잭슨홀 심포지엄 '시선집중'
이번 의사록 공개에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으며, 확실한 가이던스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오는 25~27일 예정된 연준 연례 회의인 잭슨홀 심포지엄을 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씨티은행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만큼의 충분한 긴축을 진행 중인지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경제 성장을 불필요하게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를 모두 고민하고 있음이 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7월 회의 이후 나온 강력한 경기 활동 지표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임금 및 물가 상승 지표 등을 감안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긴축 기조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스피어엑스 선임 트레이더 데이비드 페트로시넬리는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이번 의사록이 '덜 매파적'이었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아직은 금리가 연준이 말하는 제한적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문제인 만큼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게 포인트란 주장이다.
BNY멜론 자산운용 담당이사 앤디 테퍼 역시 "아직 먹구름이 안 걷혔다"면서 "연준이 해결해야 하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남아있어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섣불리 금리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며,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능숙한 솜씨로 시장에 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버 캐피탈 어드바이저스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이크 셔마이어는 연준이 이번에도 금리 향방에 대한 뚜렷한 힌트를 주지 않았으며, 다음 주 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이 장기 인플레 전망에 대한 판단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밀러 타박 수석 시장 전략가 매트 말리 역시 이번 의사록으로 (9월) 75bp 인상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점에서 (시장에) 다소 긍정적이나, 크게 놀라운 내용은 없었으며 시장 포커스는 파월의 잭슨홀 연설로 이미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