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 차관, 1심 징역 6월·집행유예 2년
내사종결 보고 혐의 전 서초서 경찰은 '무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며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 방윤섭 김현순 부장판사)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방윤섭·김현순)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2.08.25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이용구 피고인은 객관적으로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 금액을 합의금 명목으로 택시기사에게 보낸 뒤 동영상을 지워달라고 하고 운전석에서 내린 상태에서 폭행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허위진술을 부탁했다"며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단순 형법상 폭행죄가 될 수 있도록 불리한 증거를 인멸 또는 은닉해달라는 부탁으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고 택시기사가 수사기관이 볼 것을 우려해 동영상을 삭제한 이상 증거인멸이 성립한다"며 이 전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의 고의가 있고 방어권 남용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은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멈춘 택시 안에서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운전기사를 폭행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범행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경받기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했고 형사사법작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으로 인해 사안은 중해졌고 죄질도 더 불량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운전자폭행의 경우 피해자의 피해가 중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은 점, 교통사고 등 추가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또 "증거인멸교사 범행에도 영상은 계속 존재하는 상황이었고 수사관들이 영상을 바로 확인하지 못한 것에 구체적·현실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A씨가 수사종결 전 영상을 직접 시청해 서초경찰서가 이 사건 운전자폭행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잘못 처리함에 있어 이용구 피고인의 범행이 실질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이날 이 전 차관의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내사 종결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서초서 소속 경사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필요한 업무를 다소 불성실하게 처리한 것은 맞지만 필요한 조사는 나름대로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이용구 피고인을 위해 폭행 영상을 은폐하거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폭행으로 축소 의율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차관은 차관 취임 전인 지난 2020년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집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차관은 사건 발생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1000만원을 주고 합의한 후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차관 측은 재판에서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택시기사가 자발적으로 삭제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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