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전략 전면 전환...항암·면역·대사질환으로
임상 단계 신약 파이프라인 6배 확대
주력 제품 시장 지배력 강화해 매출 50% 성장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 '신약 개발'도 인디언의 기우제와 비슷하다."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사장)이 평소 임직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는 신약 개발을 인디언의 기우제에 빗대며 "LG화학은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신약이라는 단비가 내릴 때까지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체계를 갖추고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초대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이자 5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는 손 사장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LG화학의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의학 박사 출신인 손 사장은 업계에서 의약 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사장). [사진=LG화학 제공] |
◆업계 최고 전문가...임상 신약 파이프라인 6배 확대
10일 업계에 따르면 1964년생인 손지웅 사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내과 전문의,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내과교수, 영국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에서 항암제 신약물질 탐색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한미약품에서 CMO 겸 신약개발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엔 2017년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당시 LG화학은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고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손 사장은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을 숙성·확대시켰다. 합병 첫 해 임상에 진입한 신약은 통풍 신약과 항염증 신약 2개에 불과했다.
손 사장은 당뇨·바이오시밀러·백신 중심의 기존 R&D 전략을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항암·면역·대사질환 분야로 전면 전환했다. R&D 전략을 바꾼 뒤 현재까지 임상 단계에 오른 신약 파이프라인은 12개로 합병 이전보다 6배 확대됐다.
LG화학은 통풍, 항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퇴행성관절염, 아토피피부염, 비만, 당뇨 등 다양한 분야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첫 혁신 신약으로 통풍신약 '티굴릭소스타트'가 가장 유력하다. 티굴릭소스타트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 없이 LG화학이 직접 3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주도하고 있다. LG화학은 202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차 치료제로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하고 2028년부터 글로벌 판매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또 희귀비만 치료제 'LB54640'는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LB54640는 투약 편의성을 강점으로 하는 경구용 치료제다.
이 외에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비롯해 당뇨 치료제, 면역항암제, 아토피피부염,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등을 임상단계에 진입했다.
◆바이오 사업 매출액 50% 이상 '껑충'
이와 동시에 손 사장은 주력 제품의 시장 리더십을 강화해 회사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꼽히는 자체 개발 당뇨 신약 '제미글로'와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 저개발국 공급 백신 3종인 소아마비 백신 '유폴리오'·5가 혼합 백신 '유펜타'·B형 간염 백신 '유박스' 등을 고르게 키워냈다.
[CI=LG화학] |
손 사장 영입 첫 해인 2017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매출액은 5515억원에 그쳤다. 이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매출액은 ▲2018년 5751억원 ▲2019년 6278억원 ▲2020년 6614억원 ▲2021년 7600억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번 상반기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매출액은 4390억원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액이 8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17년 매출액 기준 50% 이상 성장한 수치이며, 전통 제약사인 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의 매출을 바짝 뒤쫓는 수준이다.
손 사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12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2024년 1조원 매출 달성이 목표"라며 "손 사장은 연간 1000억원 사업으로 키운 당뇨·성장호르몬·백신 등 3대 캐시 카우 사업을 비롯해 에스테틱·바이오시밀러·난임 사업 등에 집중해 생명과학본부를 1조원대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