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까지 서울 강남 청화랑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서울 강남 청담동 청화랑은 오는 10월 5일까지 이현호 개인전 <나무,나무>를 연다.
이현호(1985~) 작가는 성균관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꾸준히 숲, 나무 풍경을 그리고 있다. 기존의 먼 풍경에서 최근에는 나무 사이로 들어가 빽빽한 동양화를 표현하고 있다. 이현호 작가의 작품에는 휴식이 필요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나무에 대한 관찰자의 담백한 시선이 느껴진다.
◆ 작업 노트
풍경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그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나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어떠한 풍경과 마주하게 되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특별하지는 않아도 처음이 주는 새로움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인상을 받고 대상에 집중하다 보면 어떠한 변형과 왜곡 없이 대상을 화면에 담는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이현호, 나무, 나무,한지에 채색,73x73cm(2022) 2022.09.27 digibobos@newspim.com |
하지만 항상 새로운 풍경과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익숙한 풍경을 작업으로 가져오는 연습이 필요했다. 시선을 던지고 대상과 마주하는 상황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스치듯 지나치며 바라봤던 공간을 잊지 않고 찾아가 반복적으로 관찰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익숙한 주변이지만 뻔한 풍경으로 치부되지 않게 결과를 만드는 과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이현호, 나무 뒤 나무,한지에 채색,150x300cm(2020) 2022.09.27 digibobos@newspim.com |
◆ 여백을 배제한 한국화가 역설적으로 전해주는 '상상의 여지'
한지에 채색이 스민 작가 이현호의 작업은 전통적으로 전해져 온 한국화의 고유한 멋인 여백이 없다. 수려한 경관의 산수를 시원하게 소위 뺀 것,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평온하게 수 놓듯 그려진 것이 우리가 산수화에서 기대하고 느낄 수 있는 큰 매력인데 작가 이현호의 작품에서는 과감히 절단되었다. 그저 빽빽하고 그득하게 화면 안에 들어선 산과 나무들은 비좁아 보이고 시점에 따라 조금은 어색하게도 위치해 보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이현호, 나무, 나무,한지에 채색,73x60cm(2022) 2022.09.27 digibobos@newspim.com |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기존에 동양화에서 답습되어 온 잘 짜여진 –보기에-좋은 구도라는 것에 오히려 납득도 가지 않았고 피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여백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보면, 캔버스에 유채로 덮인 작품들에서는 절대적 시점에서 대상을 제압한 안정적인 구도와 연출이 한 눈과 한 번의 시야로 명확하게 받을 수 있는 감동이라면, 어느 특정한 지점 상관없이 그저 어딘가에 시점이 꽂히면 그 흐름대로 시선이 옮겨지며 작품 안에 거하는 듯 황홀한 몰입의 경험을 넌지시 주는 것이 한지 위에 먹이 스민 작품이 주는 감흥이다.
이제는 이러한 구분마저 무의미하도록 다양한 예술적 실천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 다른 매체가 가진 매력으로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작가 이현호의 예전 작업은 자연을 소재로 그것에 거리를 두고 미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표현했다면, 지금의 작업은 자연 그 속으로 들어가 '체험'된 자연을 재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관망의 거리 대신 자연 안으로 들어갔다는 그의 감각의 시점과 시선의 변화는 오히려 이른바 '한국화 스럽게' 읽힌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이현호, 89x145cm_한지위에 채색(2022) 2022.09.27 digibobos@newspim.com |
여백의 여지 없이 가득한 산과 나무는 빼어난 산세가 아닌 길의 끝 지점이나 막다르고 소외된 장소를 작가의 임의대로 자른 단면이라 여백 없는 화폭에서는 오히려 그 너머를 상상토록 하는 여지를 준다.
복잡하고 난폭한 세상에서 삭막한 소식들로 팽배한 절박한 심정의 우리 상황, 이러한 거친 풍파와는 무관하게 초연하고도 처연히 아름다움을 스스로 고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자연을 바라보며 그 안으로 내재해 시각적·심리적 간극에 대한 불편함을 작가는 빼곡하고 진한 그의 풍경을 통해 타진하고 있다. - 고연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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