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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위기돌파] ③'AR 왕좌' 노리는 애플, 캐시카우 구축도 전념

기사입력 : 2022년10월13일 10:12

최종수정 : 2022년10월28일 13:51

애플, 英 판매 직원 내년 신제품 날짜 안내 메일
아이폰 15 가격 인상 불가피해 수요 우려
애플 유저 서비스 가입 유치로 '캐시카우'
AR 해드셋 이어 글래스까지 'AR 왕좌 싸움'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데다 높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경기 둔화로 매출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성장했던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비용절감과 함께 전략 수정에 나섰다. 위기의 시대, 빅테크들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과 달라지고 있는 전략들을 짚어본다.

[실리콘밸리=뉴스핌] 김나래 특파원 = "이번 추수감사절에 쉴 수 있을까요?

요즘 애플(AAPL) 직원들은 10년 넘게 이어진 추수감사절 주간의 휴가 전통이 사라질까봐 걱정이다. 애플은 그동안 매년 9월 신제품 발표 이후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통큰 휴가를 선물해왔다. 일년 내내 신제품을 위해 고생한 직원들에게 사기 진작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 애플 직원들은 아이폰14 시리즈 신제품 발표 이후 쿡 CEO의 이메일을 받지 못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애플의 추수감사절 일주일 휴가는 빅테크 다른 기업에게는 없는 전통이다.

[빅테크 위기돌파] 글싣는 순서

1. '돈잔치 끝났다'...짐싸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
2. 구글, 복지 줄이고 클라우드·구글글래스에 집중
3. 'AR 왕좌' 노리는 애플, 캐시카우 구축도 전념
4. 쪼그라든 메타, VR과 메타버스에 올인
5. '자율주행·로봇'에 진심 머스크, 투트랙 전략 올인
6. 새판짜는 아마존, 스마트홈·헬스케어 시장 잡는다

이에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이 최근 경제 상황의 우려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플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최근 채용 담당자(HR) 100명을 해고했으며 채용과 지출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부서별 내년 예산을 기존 대비 줄이고, 일부 부서에는 퇴사자의 공석을 채우지 않으면서 사실상 인력 규모를 조정을 하고 있다. 또 믿었던 아이폰14의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 

또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15 준비를 앞당겼다. 그러면서 애플 사용자(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애플 소프트웨어에 돈을 지출할 수 있도록 유료 클라우드 서비스나 광고로 캐쉬카우(안정적인 사업)를 만들면서 AR(증강현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4 시리즈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7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2.10.07 yooksa@newspim.com

◆ 아이폰14 나오자 마자 내년 신제품 아이폰15 준비

먼저 애플은 자사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내년 신제품 발표를 앞당기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14 시리즈를 발표하고 아직 올해 예정된 제품 출시도 완료하지 않았지만 내년에 출시될 아이폰15 시리즈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다음 모델의 하드웨어 개발은 ​​항상 진행 중이지만 주목할만한 것은 출시가 되는 구체적인 시점이 벌써 흘러 나왔다는 점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일부 영국 판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내년 9월 15~10월 7일 사이 애플 매장의 트래픽이 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 직원은 내년 12월 2일부터 2024년 1월 초까지 판매가 많은 홀리데이 시즌에 휴가를 낼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는 차세대 휴대폰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이 기간에 쉴 수 없다는 것을 미리 통보한 것이다. 애플은 보통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계속해야 하는 판매점 직원들은 추수감사절과 홀리데이시즌 이후 별도의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애플이 신제품 출시를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부품 가격과 개발에 따른 고민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제품 아이폰15는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폰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기 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특히 칩 가격 상승은 애플에게 기회이면서 동시에 큰 부담이다. 애플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에 탑재된 시스템온칩(SOC) 'A16바이오닉' 가격은 전작보다 2.4배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이 A16바이오닉 제작을 위해 TSMC 4나노 공정 사용에 지불한 가격은 칩당 110 달러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애플에 3나노 공정 가격을 3% 인상하겠다고 통보했고 애플이 처음에는 이를 거부했지만 결국 가격 인상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에 출시되는 A17바이오닉은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되고 있어 A16바이오닉보다 가격이 더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아이폰15부터 충전단자를 현재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USB-C' 타입으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아이폰15 모델 개발에 비용은 들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수요를 늘릴 수 있다. 유럽의회는 오는 2024년 말까지 유럽연합(EU)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핸드폰, 태블릿과 카메라에 대한 충전단자 표준을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가결해 애플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아직 아이폰 프로뿐 아니라 다른 제품까지 적용될지 미지수지만 전문가들은 에어팟 등 다른 애플 제품에도 USB-C 타입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에 따라 더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구독과 광고로 '황금알 낳는 거위' 구축 중

애플은 또 경기 흐름을 덜 타는 자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확장해 캐시카우, 즉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고 있다. 특히 앱 스토어, 애플 TV+, 애플 뮤직,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 같은 비즈니스다.

애플 플랫폼의 유료구독자는 지난 3분기 기준 8억 6000만 명에 도달했다. 이는 전 분기에 보고된 8억 2500만 명에서 증가했다. 무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 수를 합친 것의 약 두 배 규모다. 이 수치는 지난 12개월 동안에만 1억 600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애플의 다양한 '서비스' 수익은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3분기 실적을 보면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월가의 예상치에는 못미쳤지만 19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서비스 수익은 수익의 70% 이상이 남기 때문에 기기 판매를 하는 하드웨어 사업보다 2배 정도 높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 비밀은 자사의 운영체제(iOS)를 통해 애플 유저들이 서비스를 가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데 있다. 즉 유저들은 애플 뮤직을 가입하면서 클라우드와 결제 서비스 또한 애플 케어를 모두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는 여전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지배적이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미국인 2명 중 1명은 애플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iOS가 절반을 점유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영업 전략도 이에 맞춰 시너지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애플 TV+ 성장도 애플 생태계 구축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애플TV+에 광고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의 토드 테레시 광고 플랫폼 담당 부사장은 최근 광고업계 임원들과 회동하며 이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애플의 콘텐츠는 소비자들이나 헐리우드에 큰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달라지고 있어 애플의 광고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애플은 올해 4월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주간 더블헤더 경기 독점 방영권을 확보했으며, 미국프로축구(MLS·메이저 리그 사커)와 내년부터 2032년까지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플의 막강한 현금력을 바탕으로 향후 몇 년내로 핵심적인 수익 창출의 엔진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뉴스핌=김나래 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카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애플 발표회 캡쳐] 2022.10.13 ticktock0326@newspim.com

◆ AR에 집중...애플카 기술개발 한창

애플은 신사업으로 AR 기술을 꼽고 전력질주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고급형 가상현실(VR) 기기에 올인하고 있는 메타(META)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쿡 CEO는 네덜란드 언론 브라이트(Bright)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반인들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AR 기술은 향후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심오한 기술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VR은 일정 시간만 사용하는 용도이고, 소통도 잘 안 되는 방식이지만 가상 물체가 안경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현실 세계에 겹쳐지는 AR은 곧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처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변혁적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2017년 AR 개발도구인 'AR 킷'을 공개한 이후 애플의 시스템에 AR을 접목해 진화시켰다. 애플은 내년 초 AR 헤드셋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AR글래스 개발도 함께 추진해 혼합현실(MR) 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AR글래스는 출시까지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AR 업계에 진출하면서 승자가 될 것으로 베팅한다. 애플은 그동안 휴대폰과 태블릿 등 신제품에 있어 후발주자였지만 업계를 장악하는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이용자들이 메타의 VR 프로그램보다 애플의 AR 전략에 더 빨리 적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애플카는 난항을 겪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타이탄' 프로젝트를 신설하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애초에 차를 직접 만들 계획이었지만 2016년에 결국 테슬라를 이기기에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한 동안 애플이 '애플카'를 조만간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프로젝트 타이탄은 좌초되기도 했다.

'애플카 팀'이 올 연말 다시 가동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재들이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젝트 타이탄의 핵심인물인 조나단 시브는 리비안으로 떠났다. 시브는 2020년 8월 애플에 합류했다. 그는 테슬라에서 6년을 보낸 뒤 웨이모에서 근무했었다. 지난해에도 이 팀에서 3명의 핵심 엔지니어가 이탈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애플카용 OS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6월 아이폰을 미러링하는 카플레이 OS 등 특별한 기능을 선보였다. 당시 카플레이 OS는 자동차 속력, RPM과 배터리 충전상태 등을 보여줬으며 자동차 기능까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애플카는 여전히 방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이 팀은 최근 기술 개발에 더욱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ticktock03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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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尹 지지율 3%p 하락한 32.2%…"채상병 특검법 재공방 등 영향"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 조사 대비 소폭 하락하며 30%대 초반을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27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4~25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잘하는 편+매우 잘함)는 지난 조사(35.2%) 대비 3%포인트(p) 하락한 32.2%로 집계됐다. 부정평가(잘못하는 편+매우 못함)는 62.2%→65.3%로 3.1%p 상승하며, 긍·부정 격차는 지난 조사 대비 27.0%p→33.1%p로 격차가 벌어졌다. 성별로 남성은 긍정 29.2%, 부정 69.2%, 여성은 긍정 35.3%, 부정 61.4%다. 연령별로 만18~29세는 긍정 25.2%, 부정 72.3%다. 30대는 긍정 26.8%, 부정 72.2%, 40대는 긍정 18.0%, 부정 80.4%로 가장 낮은 지지율 나타냈다. 50대는 긍정 29.1%, 부정 69.5%, 60대는 긍정 43.5%, 부정 54.3%, 70대 이상은 긍정 54.2%, 부정 39.2%다. 지역별로 서울은 긍정 29.5%, 부정 67.6%, 경기·인천은 긍정 29.5%, 부정 68.7%다. 대전·충청·세종은 긍정 32.8%, 부정 67.2%, 강원·제주는 긍정 36.8%, 부정 60.7%다. 부산·울산·경남은 긍정 35.8%, 부정 63.6%, 대구·경북은 긍정 46.6%, 부정 47.6%다. 광주·전남·전북은 긍정 24.3%, 부정 69.7%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종부세 폐지·상속세율 인하 예고 이후 국정 지지세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청년층과 40대의 취업률 저하 등 체감 민생경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 발언으로 인한 공방, 소련 해체 후인 1996년에 폐기됐던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사실상 부활한 러시아-북한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로 안보 불안 등이 지지율을 하락하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2.9%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kimsh@newspim.com 2024-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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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간 재산범죄 처벌 가능해진다...‘친족 상도례’ 헌법 불합치 결정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8촌 내 혈족이나 4촌 내 인척·배우자 간 발생한 절도·사기죄 등 재산범죄에 대한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 4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정사 최초 '검사 탄핵' 사건인 안동완 부산지검 검사 탄핵사건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 대한 대체복무역 관련 헌법소원 등의 선고를 앞두고 재판정에 자리해 있다. 2024.05.30 choipix16@newspim.com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인 청구인 김모 씨는 삼촌 등을 준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에게 청구인의 동거 친족으로서 형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횡령 혐의로 계부를 고소한 또 다른 청구인 김모 씨,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부친을 대리해 업무상횡령 혐의로 부친의 자녀들을 고소한 장모 씨, 어머니 명의 예금을 횡령한 혐의로 동생과 그 배우자를 고소한 청구인 최모 씨도 모두 비슷한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에 김씨 등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친족상도례는 과거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실질적 유대나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고, 또한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에 대해 동거를 요건으로 적용된다"며 "이처럼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를 일반화하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경우에 따라 형사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강도·손괴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재산범죄에 준용된다"며 "이러한 재산범죄의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경미해 피해자가 수인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거나 피해의 회복 및 친족간 관계의 복원이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독립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 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 심판대상조항을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이같은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관으로 하여금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해,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형사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기소가 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어 형사피해자의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일정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와 관련해 형사처벌의 특례를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면제'를 함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 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그 적용을 중지해 내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 기한을 뒀다.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한편 이날 헌재는 형법 제328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렸다. 형법 제328조 제2항은 '제1항 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피해자의 고소를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고,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수사나 기소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사건 재판절차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는 등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하는 절차적 권리가 제약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역사적·문화적 특징 등을 고려해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를 소추조건으로 정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국가형벌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 2024-06-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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