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근로자 끼임 사고...'안전불감증·부적절한 대응'
尹대통령도 "안타깝다"...경위파악 지시
'브랜드 공유' 불매운동 확산...가맹점 피해 우려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SPC계열사 SPL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20대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SPC그룹을 향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엔데믹 전환과 포켓몬빵 흥행 등으로 순항하던 SPC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삼립식품 등 SPC가 운영하는 브랜드 목록이 '불매운동' 해시태그와 함께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 계열사 SPL의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 소스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그룹은 지난 17일 사망사고에 대해 공식사과 했지만 사고 이후 회사 측의 대응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른 여파다.
[평택=뉴스핌] 이성훈 기자 = 경기 평택시 팽성읍 추팔공단 내 소재한 SPC 계열 제빵 공장 전경모습.2022.10.17 krg0404@newspim.com |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에도 사고 기계를 흰 천으로 가린 채 동료 노동자들을 계속 업무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다. 고용노동부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기계 8대를 제외한 같은 기종의 기계 2대에서는 사고 다음 날에도 작업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제 기계에는 사고 시에 작동하는 자동 멈춤 기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후속 대응에 대한 논란이 일자 SPL측은 사고가 일어난 공정 전체를 중단했다.
또한 사망사고 일주일 전 공장 내 다른 생산라인에서도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 불감증이 두 번째 사고를 야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PL은 SPC그룹의 제빵 계열사다. 사고가 발생한 SPL평택공장은 휴면반죽을 비롯해 완제품빵, 빙과, 식빵, 샌드위치 등을 생산·납품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베이커리 생산공장이다. 글로벌 수준의 제빵공장임에도 안전조치 및 사고대응이 실망스럽다는 성토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확산한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SPL공장은 1300여명이 근로하는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경찰은 SPL 안전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시민들께서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경위 파악을 지시한 상태다.
불매운동 확산 등과 관련해 SPC관계자는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사태로 SPC그룹은 기업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올해 외식경기 회복과 포켓몬빵의 깜짝 흥행으로 성장기대감을 높였지만 노동안전 문제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올 초 SPC삼립의 포켓몬빵 열풍 이후 베스킨라빈스, 던킨 등 그룹 계열사로 통합 포켓몬 마케팅을 확대하기도 했다. 포켓몬빵의 경우 최근까지도 편의점과 마트에서 품절대란을 일으켰지만 최근 불매운동 기세에 다소 시들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SPC계열 가맹점들이 불매운동 피해를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SPC그룹은 전국에 6000여 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회는 "기업 잘못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언론 역할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무고한 가맹점 자영업자·그 가족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로 보도하고 불매를 조장하는 것은 노동자 인권을 무시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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