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경동시장 폐극장 개조한 매장 오픈
65세 이상 1위인 제기동역 인근...인근 상인도 들썩
체험공간 마련...경험소비 중시하는 MZ세대 공략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스타벅스 찾아요? 저쪽으로 쭉 올라가요"
스타벅스가 재래시장 경동시장에 이색 매장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열었다. 오픈 첫날인 지난 16일 오후 경동시장을 방문한 기자에 인근 상인들은 허공에 손을 뻗으며 길안내를 자처했다. 매장이 시장 안쪽에 위치한 탓에 길을 헤매는 젊은이들이 잇따르자 상인들이 직접 안내에 나선 것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2022.12.16 romeok@newspim.com |
중장년과 노년층 소비자가 대다수인 시장에 젊은 사람들 발길이 늘자 인근 상인들도 들뜬 모습을 보였다. 20년째 경동시장에서 나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현(가명·55세)씨는 "주로 60대 이상 손님들이 드나드는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니 신기하다"며 "서울에서 손꼽을 정도로 큰 시장이라 품질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하니 젊은 사람들도 구경하기 괜찮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경동극장 내부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시장 내부로 쭉 들어가면 극장 건물 2층에 자리 잡았다. 1960년대 지어져 폐극장으로 방치되던 경동극장을 스타벅스가 이색 매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경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맞춤형 공간을 조성해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363.5평 규모의 넓은 공간감과 목조식 천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화 스크린이 있던 자리는 매대로 바뀌었고 객석은 커피숍 좌석으로 탈바꿈했다. 오래된 극장 공간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해 옛 극장의 멋을 살려내면서 레트로 컨셉을 가미한 것이다. 매장 한켠에는 무대를 마련해 정기적으로 지역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폐극장을 개조한 스타벅스 경동 1960점.2022.12.16 romeok@newspim.com |
인테리어를 담당한 이한솔 스타벅스 파트너는 "목조식 천정에 무대 조명을 설치하고 커피나무를 차용한 대형 아트웍을 설치해 무대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주문상태 안내판은 영사기를 활용해 영화 크레딧처럼 주문번호와 주문자명이 롤링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매장 바깥에는 LG전자와 협업한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가 운영된다. 일회용 컵을 재활용해 친환경 화분을 만들고 폐가전에서 추출한 재생 플라스틱으로 팔찌 등 나만의 굿즈를 제작할 수 있는 등 체험형 공간이다.
이번 '경동1960점' 프로젝트는 지난해 경동시장 측이 스타벅스에 매장 운영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스타벅스가 시장 내부로 들어오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옛날 극장의 목조식 천정을 그대로 살린 경동1960점. 무대식 조명을 설치하고 커피나무에서 착안한 대형 아트웍을 조성했다. 2022.12.16 romeok@newspim.com |
경동시장 일대인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은 '노인들의 홍대'라 불릴 정도로 노년층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한약재를 판매하는 약령시장과 경동시장이 나란히 붙어있는데다 노인 전용 콜라텍 등도 즐비하다. 인근 제기동역은 이용객 절반 이상이 만 65세 이상으로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비율이 서울 지하철역 중 가장 높은 역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스타벅스 효과로 경동시장이 실제 MZ세대 젊은 고객들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앞서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2018년 경동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열고 카페와 어린이희망놀이터, 쉼터 등을 조성한 바 있지만 이는 인근 지역 소비자를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이와 달리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경험소비를 위해 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MZ세대의 이목을 끄는 것이 주요 목표다.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이사는 매장 오픈 행사에서 "오래된 공간을 특별한 트렌드를 가진 공간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길 희망한다"며 "'경동1960점'에서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함께 모든 세대가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는 스타벅스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