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1년새 3배 늘자 건설사 '긴장'
무상옵션 늘리고 중도금 지원 확대
투자심리 위축에 악성 미분양도 확산 우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확산하자 건설사들이 계약자에 무상옵션과 중도금 인하 등을 제공하며 흥행몰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부진하면 계약률뿐 아니라 무순위 청약에서도 고전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분양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를 낮추기 어려워 옵션 등으로 혜택을 늘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보다 청약 경쟁률이 극도로 부진한 지방 분양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당분간 매수심리 반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의 분양혜택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시스템에어컨 무상, 중도금 지원해 드려요" 청약자 모시기 안간힘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이 분양시장에서 계약자의 분양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무상옵션, 중도금 인하 등 분양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대구광역시 도심 전경.[사진=뉴스핌DB] |
GS건설이 이달 부산에서 분양하는 '남천자이'(116가구)는 확장형 발코니와 시스템 에어컨, 광파오븐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시스템 에어컨은 거실, 침실별 전체에 설치된다. 일반적으로 발코니 확장비용이 1000만~2000만원, 시스템 에어컨이 700~800만원 수준에서 시공된다는 점에서 3000만원 정도의 무상옵션 혜택을 주는 것이다.
남천2구역(삼익타워)을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후분양 아파트로 계약금 10%를 두 차례에 걸쳐 납부하고 입주 지정일에 잔금 90%를 내면 된다. 일반분양의 전용면적은 59~84㎡, 분양가는 6억3190만~13억370만원이다.
이달 분양한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산이고운 신용PARK'(238가구)는 발코니 확장을 하면 거실, 침실(1곳) 등 2곳에 시스템에어컨을 무상으로 시공한다. 계약자 대부분이 발코니 확장을 한다는 측면에서 무상옵션인 셈이다. 침실 2곳 이상에 설치하려면 추가 비용이 있다. 후분양 아파트로 내년 1월 입주하는 라온건설의 대구 '시지 라온프라이빗'(207가구)은 계약자에 700만원 정도의 시스템에어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중도금 대출은 이자후불제에서 무이자로 전환해 계약자의 자금 부담을 낮췄다.
중도금 비중도 줄이고 있다. DL건설이 지난달 공급한 대전광역시 동구 삼성동 'e편한세상 대전역 센텀비스타'(400가구)은 중도금 비율을 분양가의 20%로 낮췄다. 일반적으로 신규 분양시장에서 분양가 납부방식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순으로 진행된다. 고금리에 대출이 어려운 계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최고 39층, 4개 동, 아파트 400가구, 오피스텔 25실로 구성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모두 전용면적 84㎡로 공급된다. 분양가는 4억8400만~5억930만원이다.
같은달 쌍용건설이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분양한 '쌍용 더플래티넘 여수 35'(244가구)는 중도금 비중을 50%로 낮췄다. 이수건설이 시공하는 경기도 부천 '브라운스톤여월'(142가구)은 중도금이 분양가의 20%가 적용된다. 분양가는 2억1700만~4억8500만원으로 2024년 1월 입주 예정이다.
◆ 미분양 아파트 증가세 가팔라...분양혜택 확대 불가피
계약자에 제공하는 무상옵션과 금융지원 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 수요자의 눈높이 높아져 분양가 경쟁력, 입지, 개발호재 등이 충분치 않으면 완판이 쉽지 않다.
공사 진행이 끝날 때까지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늘면 시공사의 피해도 적지 않다. 단순 도급사업이라도 분양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금융비용, 마케팅비용도 늘어 수익성을 갉아먹는다. 계약자에 혜택을 늘려서라도 청약률과 초기계약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미분양 증가세도 가파른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7271가구로 전달(4만1604가구) 대비 13.5%(5613가구) 증가했다. 1년전(1만4075가구)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시·도별로는 대구(1만830가구)가 미분양이 가장 많고 경북(6369가구), 경기(5080가구), 경남(4176가구) 순이다.
<자료=국토부> |
거래 절벽현상도 심각하다. 올해 1~10월 누적 주택 매매거래량은 총 44만9967건으로 전년동기(89만4238건) 대비 49.7% 감소했다. 대출금리 부담과 경기침체 우려 등의 이유로 실수요자라도 내집 마련을 꺼리고 있다. 집값의 추가 하락도 우려돼 주택 매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형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7%에 달하고 경기침체 우려로 실물자산 투자를 꺼리면서 특히 지방 분양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미분양 증가 추세가 가팔라 앞으로 시공사들이 중도금 비중 축소, 집단대출 지원, 무상옵션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