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 717건으로 전년比 2배 증가
금리인상·집값하락에 낙찰률 역대 최저치...물량 적체
강남 은마·아리팍도 유찰...투자심리 최악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집값 하락이 지속하자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으려는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금리인상 여파로 대출자들이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임의경매 신청이 늘었다.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기존 주택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것도 경매물건이 확대된 이유다. 경기침체 우려마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경매시장의 물량 적체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 717건...전년대비 108%↑
25일 부동산 및 대한법원경매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은 717건으로 전년동기(344건) 대비 2배 급증했다.
수도권 중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나왔다. 지난달 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381건으로 전년동기(228건) 대비 67.1% 늘었다. 전달(282건)과 비교해도 25.1%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인천은 61건에서 143건으로 134.4% 늘었다. 서울은 55건에서 193건으로 250.9% 증가해 경매물건 증가폭으로는 가장 많이 치솟았다.
경매물건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금리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무자가 대출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채권자가 담보물을 경매시장에 임의경매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전국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는 2700여건이다. 월간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로 연초에는 2000건 수준이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이자를 갚지 않아 채권자가 담보로 제공받은 부동산에 설정한 저당권, 근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실행해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는 법적절차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경매신청을 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에 육박한 데다 집값도 역대급 하락장을 이어가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커졌다. 주택거래 냉각으로 기존 재고시장에서 처분이 어렵게 된 것도 경매물건이 늘어난 원인이다.
◆ 주택경기 침체에 낙찰률 역대 최저치...물량 적체 불가피
경매물건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경락대금을 충분히 대출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낙찰률 부진에 경매시장의 물량 적체가 불가피하다. 작년 11월 55%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의 낙찰률은 지난달 15.5%로 급감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21년 만에 역대 최저치다. 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늘어난 반면 낙찰률은 낮아져 물량이 쌓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기 단지의 유찰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 차례 유찰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가 입찰 최저가가 약 17억8500만원에 경매됐으나 유찰됐다. 내년 3월 최저 입찰가가 14억3000여만원에 3번째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2016년 준공 이후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지난 13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8㎡(14층)가 감정가 42억원에 입찰이 진행됐으나 유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신규 물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낙찰률이 부진해 경매물량이 쌓이고 있다"며 "대출이자 상승, 집값 하락, 투자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물량 적체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