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 ±0.5%p로 확대
구로다 총재 "금융긴축 아냐" 부인하지만 시장은 "인상"
[서울=뉴스핌] 한기진 금융증권부장 = 일본은행 정책위원회는 지난 20일 금융정책결정회합에서 알쏭달쏭한 금리결정을 했다.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다.
우선 금융기관의 일본은행 당좌예금 중 정책금리잔고에 대해 기존과 변화없이 마이너스 0.1% 이자율을 적용했다. 대부분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채택하고 있는 (단기)기준금리 정책 결정이다.
한기진 금융증권부 부장 |
또 10년물 국채금리를 0% 근처에 두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되, 매입 규모의 상한은 두지 않는다. 일본은행은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과 달리 단기 외에 장기금리도 직접 통제한다. 이를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 長短金利操作)라고 하는데, 10년물 국채 금리 기준선을 금융시장에 맡기지 않고 일본은행이 통제한다.
여기까지 보면 특이한 점이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한 2013년 이후 고수해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그대로다.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이어진 것이다. 일본은행 발표문에도 '금리 인상' 또는 '양적완화 후퇴' 같은 표현은 찾을 수 없다. 기존의 금융 완화를 더 확인시켰다.
발표문에 '수익률곡선통제와 함께하는 양적질적금융완화(長短金利操作付き量的·質的金融緩和)'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명시했고, 구로다 총재도 "이 조치는 금리 인상이 아니며, 수익률곡선 통제를 조정한 것은 수익률곡선통제 정책의 종료도 아니고 출구전략도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금리 변동 허용 범위를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확대했다. 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이 -0.25% ~ +0.25%에서 -0.5% ~ +0.5%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채금리는 0.25%에서 0.5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즉 장기금리를 0.25%p 인상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가 기자회견 도중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2020.03.17 goldendog@newspim.com |
곧바로 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가 0.4%를 넘겼고, 달러/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10년 넘게 지속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당장 전환하기 어려우니 '시장 반응 간 보기', '통화정책 변화를 위한 포석', '일본인 특유의 눈치보기' 등 반응이 나오며, 일본도 결국 10년만에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엔화 약세는 멈추고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 강세도 꺾인다. 일본은 2021년 기준 미국에만 253조엔(한화 2422조원)이 넘는 순대외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달러 강세 기조가 빠르게 꺾일 수 있고 그러면 원/달러 환율 하락속도도 빨라진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단도 3.5%에서 3.75%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일본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큰 것이다.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시기가 내년 4월이다. 새로운 총재가 들어서면 일본통화정책은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 및 통화정책당국은 내년 4월을 기점으로 금융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