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도 못해
이커머스 기업에 주도권 내줘 '역차별'
규제 완화에 마트3사 온라인 사업 강화
의무휴업일은 지자체 자율에 "아쉬워"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대형마트가 쿠팡과 마켓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온라인 시장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불가능한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새벽시간대(자정~오전 10시)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지면서다. 다만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월 2회 의무휴업은 아직 해제되지 않아 '반쪽짜리' 규제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의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따라 추석 전 주말인 8일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마트가 휴점 상태로 있다. 2019.09.08 pangbin@newspim.com |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이커머스와 동등한 경쟁"
정부는 이번 합의 실행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은 한 달에 2번인 일요일 의무휴업일에도 배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새벽시간에도 오프라인 점포에서 배송이 가능해진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영업시간도 제한을 받는데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열 수 없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휴일이나 새벽시간에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한다.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으나, 쿠팡과 마켓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으로 당초 목적이 무색해졌다. 대형마트는 사실상 역차별을 받으며 온라인 시장 주도권을 이커머스 기업에게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도래하며 소비시장의 주도권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대형마트는 수십개의 점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
무엇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전통시장을 보호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통계청에 지난 2012년 소매업 총매출에서 14.5%를 차지했던 대형마트 비중은 지난해 8.6%로 줄어들었다. 같은기간 전통시장이 포함된 전문소매점 비중은 같은 기간 40.7%에서 32.2%로 동반 하락했다. 이 기간 온라인과 홈쇼핑이 포함된 무점포소매업의 비중은 13.8%에서 28.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은 배송이 가능한 시간대인지 여부를 일일이 체크해야 해 편의성이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온라인 배송 규제가 완화되면 이커머스 기업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대형마트업계는 최근 온라인 배송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새벽배송으로 나눠져 있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이마트몰로 통합하고 고객편의와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영국 기반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홈플러스는 '당일 야간배송' 서비스인 '오늘밤 마트직송'을 핵심 점포 위주로 늘리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DAY1 행사 준비 중인 이마트 전경 [사진=이마트] |
◆"주말 매출, 평일의 1.5~2배"...의무휴업일도 폐지 기대
다만 이번 협약에서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1순위로 꼽혔던 의무휴업 폐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무휴업일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의해 결정되는데, 대부분 2, 4주차 일요일이 의무휴업 대상이다. 사실상 손님이 많은 주말에 정기적으로 휴업을 하다 보니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의무휴업일을 최소한 주말이 아닌 평일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이 따랐다.
특히 최근 대구시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며 의무휴업일 전환이 전국적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에선 14개 시·군이 평일 휴업 중으로, 현재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는 전국 177곳 중 51곳이다. 대형마트 3사의 경우 전국 382개 점 중 24%인 93개 점만 평일 휴업 대상에 포함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말 매출이 평일 매출의 1.5~2배 가량 더 많아 한 달에 두 번만 쉰다고 해도 월 매출에서 10% 가량이 빠진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협약으로 영업제한시간이 먼저 해제되면서 의무휴업일까지 폐지되는 방향으로 첫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