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앤트그룹 지배권을 포기하면서 앤트그룹의 상장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디이차이징(第一財經) 등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이날 공시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며 마윈의 지배권 상실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지배구조 조정 결과의 핵심은 주요 주주의 의결권 변화에 있다. 공시에 따르면, 마윈과 그와 행동을 같이 하는 이들이 지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던 것에서 앤트그룹 경영층과 직원 대표, 마윈을 포함하는 10명의 자연인이 각자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어느 주주도 단독으로든 타주주와 공동으로든 앤트그룹 주총 결과를 통제할 힘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고도 공고는 설명했다.
마윈은 그동안 관련 법인들을 통해 앤트 그룹의 의결권 53.46%를 확보, 실질적으로 앤트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이번 지배구조 조정으로 마윈의 앤트그룹 의결권은 6.2%로 줄어들게 됐다.
앤트그룹은 공시에서 "앤트그룹 경영진이 더 이상 (모기업인) 알리바바의 파트너를 맡지 않는다"며 "이를 통해 회사 거버넌스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한층 더 높이고, 알리바바 그룹과의 거리두기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의 모습. |
앤트그룹은 마윈이 창업한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로, 2004년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 운영사로 출발해 인터넷은행, 소액대출 등 다수 금융자회사를 거느린 대형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0년 11월 상하이와 홍콩에 동시 상장해 350억 달러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상장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해 10월 마윈이 정부 규제를 정면 비판한 일로 알리바바그룹 전반이 중국 당국 '빅테크 규제'의 핵심 표적이 되면서다.
마윈의 지배권 포기를 놓고 일각에서는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에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평가한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민영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특히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중단할 것을 시사한 가운데 정부의 눈밖에 난 마윈이 지배권을 내려놓으면서 상장 추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리바바 소유의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조정은 앤트그룹 상장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데 필요한 결정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상장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지배구조에 3년 내 변동이 있을 시 홍콩거래소는 최소 1년, 상하이거래소는 최소 2년 뒤에야 상장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이 당초 구상대로 상하이와 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한다면 일러도 2025년 초에야 상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PO 규모도 절반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2000억 달러에 달하던 앤트그룹 기업가치는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5월 말 앤트그룹 가치를 700억 달러로 낮췄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