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오피스, 돈 안된다? SKT 관련 사업 검토 철회
"사무실 출근, 친기업 정책기조 따라가는 부분도"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 재택근무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기업들이 속속 사무실 출근으로 복귀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한편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이어지는 상황에, 국내 기업들도 직원 복지 중 하나로 여겨졌던 재택근무 카드를 굳이 꺼내들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SKT·카카오 등 "다시 사무실 출근하세요"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다음달 1일부터 조직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던 재택근무를 필요시 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단, 메인 오피스 출근제를 중심으로 하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거점오피스는 자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구성원의 역량 결집을 통해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거점오피스 이미지 [사진=SK텔레콤] |
SK텔레콤 뿐 아니라 펜데믹 상황에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플랫폼·게임사들 역시 사무실 출근 체제로 다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근무제'를 도입했던 카카오 역시 3월부턴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로 복귀한다.
1월부턴 월 2회 '놀금' 제도도 폐지돼 마지막주 금요일만 휴무인 '리커버리데이(Recovery Day)'로 바뀌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전사 차원에선 오피스 근무가 원칙이지만, 조직 내 협의에 따라 원격 근무 또한 가능하게 운영함으로써 오피스 근무와 원격 근무의 장점을 모두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직원복지로 쓰였던 재택, "구조조정할 판에 의미 사라져"
펜데믹이 끝나고 재택근무를 하던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으로 복귀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는 3월부터 펜데믹 때 도입한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일주일에 나흘 사무실로 출근하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재택근무를 폐지했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해 6월엔 테슬라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최소 40시간씩 사무실에서 일할 것으로 지시하며 "싫으면 회사를 떠나라"며 직원들의 반발을 묵살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2023년 새해 첫 평일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01.02 hwang@newspim.com |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재택근무는 인력을 유치하는 차원에서 복지제도로 쓰였는데 이제는 기업들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오히려 구조조정을 해야할 판이고, 재택근무를 복지제로 쓰는 장점이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를 노동시장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문재인 정부가 만든 주 52시간 제도를 최대 주 69시간 제도로 법제화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는 등 친기업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오히려 효율적인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출근제로 복귀하는 것은 현재 기업 중심의 정부 정책 기조를 따라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 입장에선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면 교통, 식당, 오피스 등을 이용하게 되니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오피스 사업기회 노렸던 SKT, 검토철회
이에 펜데믹이 끝난 후에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던 거점오피스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노렸던 기업들 역시 사업화 검토를 철회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4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신 개념 거점오피스 '스피어(Sphere)'를 선보였다. 스피어엔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솔루션으로 사무실 출입을 통제해 주는 '누구 페이스캔(NUGU facecan)'이나 멀리 떨어진 사무실을 메타버스를 통해 연결하는 '버추얼 워크스페이스(Virtual Workspace)' 등과 같은 기술들이 활용됐다.
SK텔레콤은 스피어를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거점오피스를 통한 사업화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현재 거점오피스 조직은 운영팀을 제외하고 조직이 쪼그라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거점오피스와 관련해 사업화는 안할 것 같지만, SK텔레콤 차원에선 거점오피스는 유지될 것이고 확장도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abc123@newspim.com